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증언
국정원장에 보고하자 강하게 반대
박근혜 정부 시절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던 친박 계열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측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할 것을 먼저 요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이헌수(65) 전 국정원 기조실장(2013년 4월~2017년 6월 재임)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밝혔다.
이 전 실장은 2013년 5월(남 전 원장 재직)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최 의원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특활비 상납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 의원이 ‘청와대에 돈이 부족한 것 같은데 국정원이 지원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동석했던 국정원 예산관이 밖으로 나간 뒤에도 요구가 다시 이뤄졌다”며 “예산관이 없는 자리에서 최 의원이 ‘몇 억 정도 지원이 안 되겠느냐’고 다시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힘들다’고 답하자 최 의원이 ‘원장님께 보고 드리라’고 했다”라며 “원장에게 보고했더니 남 전 원장이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전 실장은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매달 5,000만원씩을 전달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별도로 최 의원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시절이던 2014년 10월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 전 실장으로부터 특활비로 조성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 측은 “일단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받았더라도) 법리적으로 볼 때 뇌물이 되지 않는다”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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