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독점적 행사한
헌재재판관 3인ㆍ선관위원 3인
지명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
일반 법관 임기제 폐지하고
국민이 재판 참여 ‘배심제’ 명시
법관 아니어도 헌재재판관 자격
각계 입장 반영토록 구성 다양화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개헌안은 사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자 법관 자격이 없어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고 배심제를 통해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등 사법 민주화를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개헌안에는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 남용에 대한 불신이 짙게 묻어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을 전후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개헌안의 사법제도 개선은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에 방점이 찍혔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기에 앞서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절차를 강화하고, 대법원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의 지명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했다.
아울러 일반 법관의 임기제를 폐지해 법관의 신분 보장을 강화하고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높였다. 다만 이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징계처분에 ‘해임’을 신설했다. 청와대는 “법관이 대법원장을 의식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반 법관 임명절차를 개선해 대법관회의 외에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 절차를 추가했다.
이와 함께 사법 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역점을 뒀다. 법관 자격이 없어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은 헌재 구성을 다양화해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낙태죄 폐지 등 갈수록 논란이 커지는 사회 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실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헌법재판소를 운영하는 많은 나라가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헌재소장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소장 임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했다.
아울러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배심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국민들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직업 법관에 의한 독점적 재판권이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줄곧 거론된 평시 군사재판 폐지도 개헌안에 담았다. 군사법원은 비상계엄 선포 시와 국외 파병 시에만 한시적으로 설치ㆍ운영하도록 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 비상계엄 하의 단심제 규정도 폐지됐다. 현행 헌법 제110조는 ‘특별법원으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에 불과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근거로 상시 군사법원을 운영해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