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송 6년 만에 결론
“지휘계통 안 거친 헌법소원,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 국방부의 ‘불온서적 차단 지시’에 맞서 헌법소원을 낸 군 법무관에게 징계를 주고 강제전역 시킨 군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2년 소송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는 22일 당시 군 법무관이던 지영준 변호사가 “부당한 전역 처분 등을 취소하라”며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위헌ㆍ위법인 상관 지시나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목적이 있을 뿐 법적 판단을 구하는 자체로 상관 지시ㆍ명령을 직접 위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씨 등에게 정당한 지시 불복종으로 군 기강 등을 해이하게 할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법소원 청구 전 건의 절차를 밟을 의무를 규정한 법령상 근거도 없다는 설명 등도 더했다.
반면, 고영한ㆍ조희대ㆍ박상옥ㆍ이기택 대법관은 “충분한 자체 시정노력 없이 지시 불복종 수단으로 집단 헌법소원을 한 것이 이 사건 징계사유”라며 “다수 의견처럼 징계가 잘못됐다면 군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청구권 행사 명목으로 불순한 행위를 해도 제재가 어려워진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국방부는 2008년 7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에 보내려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도서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정하고 반입 차단 지시를 내렸다. 지씨는 다른 군법무관 5명과 함께 이 지시가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육군참모총장은 “군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제기해 군 기강 등을 문란하게 했다”며 파면 처분했다. 지씨는 “파면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군은 다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고,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지씨를 강제 전역시켰다. 지씨는 이에 “징계 등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으나 1ㆍ2심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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