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폭발물” 거짓신고에
경찰ㆍ군인 수십명 동원돼도
경범죄 즉결심판 처리에 그쳐
최고 수준 처벌 벌금 60만원
혐의 적용기준도 불명확해
지난달 21일 경찰에 “청주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시지가 접수돼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경찰 타격대는 물론이고 인근 군부대에서 군인까지 50여명이 무더기로 출동해 공항을 이 잡듯 뒤졌다. 다행히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허위 메시지를 보낸 A씨는 위계(僞計)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문제는 A씨에 대한 처벌 조항이었다. 경찰과 군인 수십 명을 말 그대로 ‘개고생’ 시킨 그에게 처음 적용됐던 건 노상방뇨 취객이나 금연장소 흡연자 등을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조사 과정에서 A씨가 과거에도 두 차례 허위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입건조차 안 하고 즉결심판(경미한 범죄에 대한 약식 재판)으로 마무리할 뻔 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 초범이고 해서 사실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항, 지하철역 같은 대중밀집장소나 공공기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등의 허위신고가 잦아지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헛된 곳에 낭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허위신고자 대부분은 벌금형인 경범죄로 처벌을 받는 실정. 허위신고에 따라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감안해 보다 적절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선 경찰관 대부분은 협박성 허위신고자에게 지나치게 수위가 낮은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데 공감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 입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을 받은 뒤 약간의 벌금만 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것. 그 외에는 딱히 이들을 처벌한 법 조항이 없다. 2년 전 “청주공항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으니 출동해달라”고 허위신고를 한 20대 남성이 이전에 15번이나 비슷한 허위신고를 했음에도 즉결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달 인천에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허위신고자 역시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내려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처벌은 벌금 60만원이다.
이는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12 허위신고로 처벌된 2,438명 중 형사 입건된 이는 3명 중 1명(33%)꼴인 817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621명(66%)은 경범죄처벌법으로 즉결심판 처리됐다.
그나마 혐의 적용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똑같은 폭발물 허위신고를 하고도 누구는 경범죄로, 다른 누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행위의 심각성 등에 대한 일선 경찰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혐의 적용이 달라지고 있다”라며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든지 혐의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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