빕스 매장 2년 새 10% 줄어
TGI프라이데이스는 반토막
“불황에 가족이 다 가기는 부담”
1인가족 증가도 몰락 부추겨
부담 덜한 커피전문점은 늘어
40대 회사원 박모씨는 거래처 방문을 위해 오랜만에 종로를 지나다 20대 시절 자주 갔던 패밀리 레스토랑 자리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것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대학 시절 추억의 장소를 이제 다시 가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많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종로는 젊은이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별 영향이 없을 줄 알았다”며 “아쉬운 마음에 건물에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고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고 말했다.
한 때 서울 시내 주요 거리에 넘쳐났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그 자리는 유명 커피 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만성적인 소비 침체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식 업체들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레스토랑 사업 대신 점차 커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여의도점이 영업 12년 만에 최근 문을 닫았다. 빕스는 지난해에만 5개 매장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다. 빕스 매장 수는 지난해말 기준 모두 81개로 2년 새 10% 이상 감소했다. 또 다른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도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양재, 사당 등 4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했다. 전성기 때 100개가 넘던 아웃백 매장수는 현재 80개 수준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인 ‘TGI 프라이데이스’ 매장도 2000년대 초반 60여개에서 현재 30개로 반토막 났다. TGI 프라이데이스를 운영하는 롯데GRS 관계자는 “2009년 TGI를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매장 구조조정을 했다”며 “현재 운영하는 점포는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내에 입점해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점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불경기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외식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고가의 음식을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특히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주부 한 모씨는 “과거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더 싼 가격에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을 파는 가게가 많이 생겼다”며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씀씀이도 아껴야 해 고가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족이 모두 찾기는 더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도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의 경우 배달 음식을 시켜먹거나 편의점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패밀리 레스토랑 등 외식업체를 방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6년 27.9%로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반면 패밀리 레스토랑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이 오히려 국내 커피전문점 산업 발전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 혼자서도 얼마든 방문할 수 있고, 한잔에 4,000원 안팎의 커피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매장 수는 2010년 300개에서 지난해 1,140개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의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매장수도 2013년 436개에서 지난해 936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 GRS의 엔제리너스커피 매장수도 2010년 370개에서 최근 750개로 400개 가까이 늘었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주력으로 삼던 대기업 외식 계열사들이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커피 전문점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커피전문점은 디저트와 샌드위치 등 가벼운 식료품 판매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외식 대기업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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