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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고위 개헌협의체 합의해 '대통령 발의' 넘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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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고위 개헌협의체 합의해 '대통령 발의' 넘어서라

입력
2018.03.21 19:5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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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1일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총강ㆍ경제ㆍ지방분권 조항을 추가로 공개하며 26일 발의 다짐을 이어간 가운데 야당에서 개헌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한 정치권의 공동대응 움직임이 구체화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자유한국당의 의도가 수상하고, 야당 내에서도 협의체 성격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지만 '개헌은 결국 국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는 점에서 가꿔볼 만한 제안이다. 청와대도 개헌안의 발의가 아니라 성사가 진정한 목표라면, 지방선거ㆍ개헌안 국민투표 동시실시를 밀어붙일 것만은 아니다. 부결 혹은 폐기가 뻔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해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야당의 개헌 로드맵을 약속 받는 무기로 활용해 개헌의 동력을 확보하는 지혜가 아쉽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정부의 관제 개헌안을 기다려 굳이 표결로 부결하기보다 국회가 안을 만들어 개헌을 성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국ㆍ미래ㆍ평화ㆍ정의 등 야 4당 협의체 구성을 통한 공동대응을 제안하며 민주당에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내주 초부터 아무 조건 없이 야 4당이 모여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시점까지 명시했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진ㆍ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한 당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내놓은 제안인 만큼 당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뒤늦게 허겁지겁 이런 제안을 내놓은 한국당의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쪼개기 개헌안 공개로 국민 관심과 지지를 유도하며 대통령 발의의 정당성을 쌓아가는 게 불안했을 법하다. 하지만 개헌안 통과의 키를 쥐고도 늘 발을 빼던 한국당이 최근 '6월 개헌안 마련ㆍ9월 국민투표' 일정을 제시한 데 이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나선 것은 큰 진전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금까지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했음을 시인하며 "여야대표가 직접 만나 개헌안 합의를 포함해 언제 처리할지를 국민 앞에 확실히 약속하는 절차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 역시 가볍지 않다.

야당은 이날도 대통령 발의를 전제한 청와대의 개헌안 쪼개기 공개를 강력 비난했다. 수도 조항 신설, 토지공개념 명시, 지방정부의 자주권 강화 등 주요 쟁점이 많았지만 "개헌이 쪼개서 파는 땡처리 상품이냐" "오만한 제왕적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야당의 비판에 모두 묻혀버렸다. 국민이 바라는 개헌의 3요소는 권력 분산과 지방 분권, 기본권 강화다. 대통령 발의든, 여야 협의체든 여기에 동의하고 신뢰를 쌓아야 개헌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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