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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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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입력
2018.03.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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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

LCD에 이어 OLED도 한국에 도전장

CSOT와 CEC 등도 빠르게 성장

폭발적 성장의 동력 정부의 전폭적 지원

“국토 규형발전 꾀하려는 큰 그림”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IHS마킷 제공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IHS마킷 제공

후발주자인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1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달마는 동쪽으로 갔지만 디스플레이는 서쪽으로 간다’는 비유처럼 과거 일본이 차지했던 디스플레이 산업의 헤게모니가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서진(西進)하는 분위기다.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후원으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개최한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倔起ㆍ벌떡 일어섬)에는 경제적 이유 이외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색다른 분석도 나왔다.

정윤성 IHS마킷코리아 상무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 분석’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BOE는 수량 기준 글로벌 대형 TV용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점유율 21%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2016년 23%를 점유해 1위였던 LG디스플레이는 20%로 내려 앉으며 2위, 대만 이노룩스는 16%로 3위를 유지했다.

대형 LCD 면적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점유율 23%로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17%로 2위지만, 두 기업의 점유율은 2016년에 비해 1~2% 줄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점차 수익성이 높은 대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21일 열린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정윤성 IHS마킷코리아 상무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HS마킷 제공
21일 열린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정윤성 IHS마킷코리아 상무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HS마킷 제공

특히 올해는 화면크기 55인치 이상 대형 TV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30%까지 오를 전망이다. 2016년(23%)과 비교하면 2년 만에 7%포인트나 높아진다.

정 상무는 “국내 기업들은 호불호가 거의 없고 개인별 편차도 적은 해상도와 크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세인 4K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를 뛰어넘는 8K 시장의 조기 진입을 뜻하는 것이다.

8K는 화면의 가로 화소수가 8,000개 수준이라 해상도가 풀HD보다 무려 16배, UHD보다는 4배 뛰어나다. 정 상무는 “8K 패널 원가가 4K보다 비싼 게 벽이지만 개발자들이 극복을 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요 몇 년 사이 중국에서 가장 무섭게 성장한 디스플레이 기업은 BOE다. BOE는 대형 LCD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가 99%를 점유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도 진출,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한 TV용 OLED 패널까지 개발하는 등 디스플레이 모든 분야의 패권을 넘보고 있다.

2017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용도별 상위 5위 기업(출처:IHS마킷)
2017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용도별 상위 5위 기업(출처:IHS마킷)

박진한 IHS마킷코리아 이사는 “BOE가 올해 75인치 패널 100만대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며 “계획대로 75인치 시장의 40% 정도를 BOE의 단일 공장이 쏟아내면 파급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출신인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전무도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까지 지난해 뚫어 맥북과 아이패드 프로용 패널을 공급한다”며 “단순히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많이 쫓아왔고, BOE 이외에 급성장 중인 CSOT와 국영기업 CEC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했다. 또 “티안마의 경우에는 지난해 스마트폰용 저온 폴리실리콘(LTPS) LCD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21일 개최된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전무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투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HS마킷 제공
21일 개최된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전무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투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HS마킷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정윤성 상무는 그 이유에 대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10개는 있어야 할 텐데, 국토 균형발전의 가장 좋은 방법이 첨단 공장을 세워 돈과 인력을 끌어 모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베이징 일대와 동부연안에서 시작된 첨단 산업들이 이제 서부와 동북지방 등 국토 전반으로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 산업의 3대 축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중 중국의 다음 순서는 반도체이고, 결국은 세트(완제품)로 갈 것”이라며 “현재 디스플레이의 위기는 곧 세트 산업의 위기라 다른 업계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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