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벌 가운데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그룹) 지원설이 유력했던 예젠밍(葉簡明) 화신(華信)에너지 회장이 공안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경영권을 박탈당한 사실이 체코 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안방(安邦)보험에 이은 신화에너지 사태로 태자당은 물론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상하이방을 겨냥한 표적 사정이 현실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체코 대통령 비서실은 최근 “예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가 더 이상 최고경영자(CEO)나 주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화신에너지 측으로부터 확인했다”면서 “다만 조사를 받는 건 예 회장 개인이고 화신에너지 법인은 아니라는 해명도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지금까지 확인하지 않은 예 회장의 구금 및 경영권 박탈 사실이 체코 정부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앞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지난달 예 회장이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중화권 매체들의 보도를 전후로 화신에너지의 자국 투자가 차질을 빚자 대표단을 중국과 홍콩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설립된 화신은 상하이(上海)에 본부를 둔 중국 4위의 민간 석유기업으로 2015년부터 국유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의 자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 체코, 미국 등에서 전방위 기업사냥에 나섰다. 특히 체코에선 맥주 제조업체와 항공사, 축구클럽, 호텔, 부동산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총 부채의 87.5%에 해당하는 323억위안(약 5조5,000억원)을 CDB로부터 대출받는 등 국유은행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에서 태자당 배경설이 끊이지 않았고 상하이방 핵심인사들이 그룹 도약의 발판이 된 화항(華航)석유 인수를 적극 지원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패트릭 호(何志平) 전 홍콩 민정사무국장(장관급)이 아프리카 석유 채굴권 확보에 나선 화신에너지를 대신해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면서 예 회장도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이를 두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과 마찬가지로 태자당 및 상하이방 인사들의 돈 줄 역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정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일부 재벌이 국유자산을 헐값에 넘겨받고 태자당과 상하이방 등 권력층의 재산 해외도피를 도왔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로서는 이들 재벌을 단죄함으로써 외화유출을 막고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돈줄도 끊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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