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세력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이 OPEC와 신규 가입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이를 미국 셰일원유 때문에 실추된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으로 평가했다.
OPEC는 2014년 중반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2016년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과 원유 감산에 합의했고, 지난해 이를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가격 통제가 이뤄지지 않자 몸집 불리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1970년대초 55%였던 OPEC의 국제 원유 시장 점유율은 미국 때문에 40%까지 떨어졌는데, 최대한 식구를 끌어 모아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속셈이다.
현재 OPEC 회원국은 14개국. 창립 멤버는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5개국에 불과하다. 카타르, 리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나이지리아, 적도기니 등이 뒤늦게 합류했고 에콰도르, 가봉, 앙골라 등은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다가 최근 합류했다. 아제르바이잔이 합류에 성공하면 15번째 회원국이 된다. .
WSJ에 따르면 OPEC는 아제르바이잔과의 협상이 끝나면 콩고, 남수단, 우간다 등 아프리카 3개국에도 가입을 권유할 방침이다. 심지어 OPEC 감산에 동참한 비OPEC 산유국들이 결국 모두 OPEC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OPEC 감산에 동참 중인 비OPEC 산유국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바레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올해 OPEC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OPEC 회원국과 감산 합의 참여 산유국 24개국의 ‘슈퍼 OPEC’ 결성을 거론한 바 있다. UAE 석유장관은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4개 산유국의 장기 동맹을 위한 초안 작성이 연내 완료될 것”이라며 “24개국이 연내 서명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OPEC는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산유국은 아니지만 아제르바이잔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구 소련 독립 국가로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WSJ은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축전을 띄워 “OPEC와 러시아의 황금빛 협력 시대를 연장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현재의 왜소한 OPEC를 대신하는 ‘슈퍼 OPEC’가 결성돼 미국과 맞서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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