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도 제동
국민연금이 주주총회를 앞둔 삼성물산과 KB금융지주의 일부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그간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안건에 좀처럼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새 정부 들어선 이런 기류가 확 바뀌었다. 지난해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와 맞물려 앞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에 국민연금의 입김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과 KB금융지주 정기 주총의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금 전문위원회는 황인태 중앙대 교수를 위원장 등 총 8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5.57%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KB금융에 대해선 지분율 9.97%로 최대 주주다.
22일 예정된 삼성물산 주총엔 이현수 서울대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최치훈 이사회 의장과 이영호 건설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윤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이 다뤄진다. 국민연금은 7명의 이사 후보 중 4명(이현수, 윤창현, 최치훈, 이영호)과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들 4명 후보는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 계획을 결의한 이사회 구성원인 만큼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흠이 있다는 게 전문위원회가 밝힌 반대 이유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의 정관변경 안건과 노조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사외이사 선임 등 두 개 안건에도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정관변경건은 5년 이내 공직자와 당원은 이사 선임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공직자 등은 이미 공직자윤리법 등에 의해 제한 받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아울러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추천한 것과 관련해선 KB금융 이사회의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황인태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권 교수는 인사조직 전문가인데 이미 이런 역할을 하는 다른 사외이사가 있다”며 “특히 기존 사외이사 선발 절차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절차(노조의 주주제안)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최대주주가 사외이사 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만큼 사실상 노조의 주주제안은 이번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월 정기 주총철을 맞아 앞으로 국민연금처럼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기관투자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25곳에 달한다. 특히 국민연금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다른 기관들의 참여도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입김은 갈수록 세질 수밖에 없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