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700명 상대 사례모집 결과
껴안기, 만지기, 잠자리요구 등 다양
“협박 등 2차 피해 있으면 실명공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근로자의 30% 가량이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총)은 21일 수원 경기도R&D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기관 직원들로부터 접수한 성폭력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경공노총은 앞서 지난 12~15일 온라인을 통해 성폭력과 갑질 관련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경기연구원, 경기문화재단, 한국도자재단,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7개 공공기관의 남녀직원 각 350명씩 700명이 참여했다. 이 중 30%가량이 성추행 등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으며 피해자 중 54%가 여성이었다. 남성들은 대체로 경험의 유무만 밝혔지만 여성 피해자들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참여한 여직원들은 술자리나 회식 장소뿐 아니라 사무실 등 업무공간, 출장지 등에서도 음담패설 등 성희롱을 당했다. 사무실, 노래방 등에서 귓볼만지기, 껴안기, 성적인 내용의 건배사, 음담패설 등 다양한 사례가 접수됐고, 잠자리를 요구 받은 여직원도 있었다.
회식 중에 모텔로 가자고 요구하거나 해외 출장 중 여직원의 방을 두드린 사례도 확인됐다.
가해자는 경기도의원을 비롯해 경기도청 공무원, 기관 내부 직원 등 다양했다.
갑질 피해 조사에서도 캠프 및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채용, 예산 삭감 등 경기도의 협박, 업체 선정 등의 부정 청탁 등의 경험이 공개됐다고 덧붙였다.
경공노총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근로자에 대한 인권 조례 제정, 성폭력ㆍ갑질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경공노총은 경기도지사 후보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공노총 이기영 의장은 “조사의 목적은 공공기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압력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실명을 공개해도 좋다는 응답자도 있어 추가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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