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 하순부터 중동 3개국 방문에 나선다. 사학스캔들로 총리 퇴진 요구까지 몰리고 대북압박만 강조해오다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대화무드 전환으로 갈피를 못잡는 상황에서, ‘지구본 외교’을 표방해온 자신의 전방위 해외순방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듯 하다.
21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내달 하순부터 5월 대형연휴(골든위크ㆍ4월28일~5월6일)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3개국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사우디에선 일본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담은 ‘일ㆍ사우디 비전2030’의 변함없는 추진을 확인할 예정이다. 일본은 사우디가 석유의존 탈피 및 고용확대를 목표로 추진중인 성장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에너지, 의료, 농업, 인프라 등에서 정부 및 민간 프로젝트를 함께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UAE에선 일본 기업이 아부다비 앞바다에 있는 대형 유전 개발사업권을 유지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한다. 일본은 아부다비 유전권익을 지난달 40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연장 계약은 일본의 국제석유개발데이세키(帝石 INPEX)와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사이에 이뤄졌다. 대규모 유전인 자쿰에 대해 INPEX가 40년간 10%의 권익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란을 함께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현된다면 일본 현직 총리로선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夫) 총리 이후 처음이 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7월에 있었던 핵 합의 재검토 및 파기를 예고하는 등 이란에 비판적인 상황이 걸림돌이다. 북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미일관계에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 측은 4월 중순으로 추진중인 방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측의 의향을 탐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베 총리는 중동방문 직후 5월 초순 한중일 정상회의 도쿄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교 최대현안인 중일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로드맵이다. 그는 집권 5년간 ‘지구의(地球儀) 부감(俯瞰ㆍ내려다 봄) 외교’를 선언하며 무려 600여차례의 해외 정상회담을 가졌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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