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을 당부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3월18일 재선을 축하했고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논의했으며 국가안보 우선 사항과 도전과제들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 공유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앞서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의 면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면서 “그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아마도 머지 않은 미래에 만날 수 있다”며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군비 경쟁에 대해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도 우리가 보유한 것에 가까운 것(무기)을 갖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또 우크라이나, 시리아, 그리고 북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이란 등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그리고 군비 경쟁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양국 공통의 이해에 대해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있기를 원하고, 그것이 오늘 통화의 요점”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다만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아직 계획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의 제안으로 정상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고 소개했다. 남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정상이 한반도 주변 긴장이 일정 정도 완화된 데 만족감을 표시하고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지속적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부정 선거 논란에다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사건 배후 의혹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이틀 만에 축하 전하를 건 것을 두고 비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은 엉터리 선거에서 이긴 독재자를 축하하는 방식으로 자유 세계를 이끌지 않는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를 부정당한 모든 러시아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비판했다.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시 대선 승리를 축하하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브리핑 자료에는 대문자로 축하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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