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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김윤옥 받은 명품백에 3만불 있었다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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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김윤옥 받은 명품백에 3만불 있었다고 들어”

입력
2018.03.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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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바라보는 심경 복잡미묘해..

돈과 권력 동시에 쥐려 한 게 비극”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하루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가 밖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하루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가 밖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정두언 전 의원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받은 고가의 명품백에 미화 3만 달러가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07년 대선 전 재미 여성사업가에게 에르메스 백을 받았다가 두 달 만에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백 안에 돈이 들어있었는지 여부로, 관계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당시 MB 캠프의 총괄기획팀장으로, 이 사건을 무마한 정 전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고정 코너인 ‘월간 정두언’에 출연해 이 사안이 자신이 주장했던 ‘경천동지할 세 가지’ 중 하나가 맞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에르메스 백 안에 3만 달러가 있었는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당시에 저는 그렇게 들었다. 그렇게 확인을 했다”고 답했다. 그 사실을 확인해 준 사람은 김 여사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였다. 정 전 의원은 “당시 그 백을 차에 처박아 놓고 있다가 두 달 만에, (백을 받았다는) 얘기가 들리니까 돌려줬다고 확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일컬어 그는 “개념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하여간 저도 기가 막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전 의원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백을 준 사람이 (미국) 뉴욕에 사는 교포”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가 그 사실을 교회에서 떠들고 다닌 모양”이라며 “그 얘기를 들은 뉴욕 교포 신문 관계자와 (한국의) 월간지 기자가 함께 캠프로 찾아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그 때 가방은 이미 돌려준 뒤였으나 판례에 의하면 유죄로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또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 대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을 게 자명하다. 정 전 의원은 “당시 당 경선이 끝나고 대선 와중인데 후보 부인이 3만 불이 든 명품백을 받았다고 하면 진짜 (대선 판이)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라”며 “붙잡고 통사정을 하면서 ‘원하는 게 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영어마을) 사업을 도와달라. 그리고 MB 캠프에서 9,000만 원 일을 했는데 5,000만 원밖에 못 받았다’면서 일종의 협박을 하더라”고 정 전 의원은 덧붙였다. 당시 정 전 의원은 개인 돈으로 이 사태를 무마하고, 자기가 서명한 각서까지 써 줬다. ‘이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차후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준다’는 게 요지다. 정 전 의원은 “그 각서는 효력도 없고 무마용으로 그냥 써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MB가 대선에 당선된 이후 그들에게 진짜 특혜가 갔는지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정 전 의원은 말했다. 그 뒤 대선을 거치며 정 전 의원은 MB와 서서히 멀어졌다. 정 전 의원은 “대선 뒤 그들이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알다시피 나는 지금 개털이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윤옥 여사의 명품백 수수 건을 수습하기 위해 정두언 전 의원이 써줬다는 각서. JTBC 캡쳐
김윤옥 여사의 명품백 수수 건을 수습하기 위해 정두언 전 의원이 써줬다는 각서. JTBC 캡쳐

이 사태는 정 전 의원이 밝힌 대로 역사가 뒤바뀔 수 있었던 ‘경천동지 할 일’이었다. 당시 물밑에서 사태를 수습한 것과 관련해 정 전 의원은 “선거에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기는 일이 제 일이었다”며 “선거에 질 일이 생겼는데 그걸 막아야지 그걸 놔두는 건 제 할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경천동지할 일 중 나머지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는 “(명품백 수수 건으로) 이제 차고도 넘친다”며 “MB 구속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더 이상 제 입으로 또 위해를 가한다는 건 더 이상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 두 사안도 김 여사와 관련된 일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라며 그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구속의 위기에 몰린 MB를 바라보는 심경과 관련해선 “어쨌든 그 정권이 탄생하는 데 일조했던 사람으로서 (저도) 책임을 지고 자숙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MB가 검찰에 소환된 날 (그 장면을) 못 보겠더라. 그래서 나중에 뉴스로 봤다”며 “심경이 복잡미묘하다”고 밝혔다. “저는 MB 정권 내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되옵니다’라고 했던 사람인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그것 봐라’하는 마음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막상 그렇게 되니까 마음이 또 안되고 그렇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누가 ‘그 분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묻기에 ‘대통령님, 왜 서울시장 때처럼 못하셨느냐’고 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MB의 비극은 돈과 권력을 동시에 잡으려고 했다는 것”이라는 말로 한 때 ‘동업자’였던 MB를 바라보는 심정을 표현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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