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눈앞에 ‘익사이팅존’
응원단과 댄스 파티 ‘블루존’
치맥엔 테이블석 필수
피크닉 분위기 외야석 명당
경기 집중은 포수 후면석
과거 프로야구 경기장 관중석은 단순하게 분류됐다. 중앙석, 내야석, 외야석 정도로 나뉘었다. 명색이 프로스포츠 경기지만 구단들은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단지 경기로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상품으로 여겼다.
프로야구가 출범(1982년)한 지도 30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바뀌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시대다. 구단들도 선진 마케팅 기법으로 관중을 야구장으로 유혹한다. 내야와 외야로 구분됐던 좌석은 자리 배치와 가격을 세분화했다.
한국 야구의 심장인 잠실구장만 해도 중앙석, 익사이팅존, 테이블석, 블루지정석, 네이비석, 외야일반석, 응원단석으로 나뉘었다. 메이저리그 구장 부럽지 않은 신축 구장도 잇달아 들어서 좌석은 더욱 다양해졌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갔다가는 어디에 앉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수 있지만 정확한 목적을 갖고 가면 골라 앉는 재미도 있다.
스트레스, 제대로 한번 풀어볼래?
야구장은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를 때, 선수가 안타를 치거나 삼진을 잡을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응원단장의 절도 있는 동작과 치어리더의 군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래서 전국 9개 구장의 공통 명당은 응원단석 앞자리다. 처음 오는 야구장이라 응원을 할 줄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도 없다. 응원단장이 다 친절하게 한 동작, 한 동작 알려준다.
흥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경기가 끝났다고 바로 나가기엔 서운할 수 있다. 그런 팬들을 위해 특정일에 클럽으로 변신한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홈 경기(승리 시) 후 ‘블루존 좌석’에서 응원단과 클럽 댄스 파티가 열린다. 가격도 내야 지정석 대비 2,000원 정도 밖에 높지 않아 최고 인기 좌석으로 꼽힌다. 올해 응원단상을 넓히며 블루존 좌석도 기존 1,706석에서 2,452석으로 746석 늘었다. 삼성 관계자는 “올 시즌부터 경기에서 이기면 수훈선수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연인, 친구와 함께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좌석”이라고 설명했다. 넥센과 SK도 특정일에 각각 고척스카이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클럽 분위기를 연출한다.
야구는 ‘먹방’이지
이제 ‘치맥(치킨+맥주)=야구장’은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졌다. 바삭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맥주는 야구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치킨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식들이 팬들을 불러모은다. 잠실구장의 삼겹살 정식, SK행복드림구장의 신포닭강정, 수원 kt위즈파크의 진미통닭 등은 야구장의 별미로 인기가 높다. 이렇게 ‘먹방’(먹는 방송)을 찍으려면 테이블석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가격은 일반 좌석보다 비싸지만 대신 편하다.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거나,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두산 관계자는 “요즘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편한 자리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 보니 일반 블루석보다 테이블석이 금방 팔린다”고 설명했다. 고척돔에서 가장 잘 팔리는 좌석도 써모스석(1층 테이블석)이다. 가격은 주중 5만원(주말 7만5,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외야석도 명당으로 꼽힌다. 외야에 잔디가 있는 곳은 SK행복드림구장,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등이다. KIA 관계자는 “외야석이 단연 인기 있는 자리”라며 “잔디밭인데다가 샌드파크(모래놀이터)와 키즈 챔피언스 필드(어린이 놀이터)가 있어서 어린이 관람객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텐트와 간이의자가 설치돼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부산 사직구장의 로케트배터리존도 명소다.
우리는 선수와 함께
선수를 가까이 보고 싶다면 익사이팅석을 서둘러 예매하라. 1루와 3루 파울 라인 근처에 설치된 익사이팅석은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더그아웃과 가까운 좌석은 예매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kt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고, 더그아웃 쪽과 불펜에 가까운 위치는 표를 구하기 쉽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경기에서 승리 시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1루 익사이팅존을 특정일에 ‘이대호 응원존’으로 운영해 입장 관중에게 특별 티셔츠와 응원 피켓을 제공하기도 한다. NC는 창원 마산구장에 전국에서 하나뿐인 팬더그아웃석이 있다. 이 좌석은 3루 측에 위치해 원정 팀 감독과 선수들 바로 옆에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또 1루 측 NC 더그아웃이 정면으로 보인다. 최대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격은 회원 등급에 따라 120만원(플래티넘+)부터 100만원(플래티넘) 80만원(골드) 74만원(블루)으로 나뉜다.
야구, 그 자체를 느끼고 싶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야구를 즐기고 싶다면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로 가면 된다. SK는 야구를 집중해서 보는 팬들을 위해 4층에 위치한 좌석을 스카이탁자석으로 바꿨다. 지난해 새롭게 설치했는데, 좌석 점유율 90%를 넘길 정도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스카이탁자석을 2배 가량 확대했다. SK 관계자는 “(전광판) 빅보드가 집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처럼 딱 보기 좋은 크기로 보인다”며 “우리 팀처럼 수비 시프트(변칙 수비)를 많이 쓰는 팀들의 경기를 재미 있게 볼 수 있는 좌석”이라고 추천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한화손해보험 다이렉트존(포수 후면석)도 야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화 관계자는 “그라운드 레벨에서 가장 실감나게 야구 관람이 가능하고, 투수의 공 궤적부터 타자들의 배트 스윙 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그 중 가장 인기가 좋은 중앙 좌석은 TV중계방송에서 본인의 얼굴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고척돔의 로얄다이아몬드클럽(포수 후면 특별 좌석)은 품격 있게 야구를 즐기는 공간이다. 넥센 관계자는 “클럽 라운지에서 프리미엄 무료 식사와 음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고급가죽 소재로 된 좌석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주중 5만5,000원, 주말 8만5,000원에 달하지만 KIA, 롯데 등 인기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순식간에 동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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