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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코붐 세대만 넘기면 완전고용' 기대하지만...

입력
2018.03.21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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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청년감소→완전고용’ 현상에

최근 청년 일자리 대책도

인구 구조 변화 염두 ‘4년짜리’

한국, 日보다 대졸자 비율 높고

대기업ㆍ中企 임금격차도 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일본 실업률은 2.4%로 1993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12월(2.7%)에 비해서도 0.3%포인트 떨어졌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전월과 같은 1.59배로 4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 수도 6,56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청년(15~24세)실업률은 4.6%로 우리나라(9.8%)의 절반도 안 된다. 2009년 일본의 청년 실업률이 9.2%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반전이다.

일본이 사실상 ‘완전고용’(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되는 상태) 상태로 진입한 배경은 출산율 저하로 청년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 등에 따르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7,614만명으로, 1997년 최대치 대비 1,085만명(-12.5%)이나 줄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도 이러한 인구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고용시장의 변화를 염두에 뒀다. 앞으로 4년간 이어질 ‘에코붐 세대’(1968~77년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91~1996년 출생자들)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과 이에 따른 구직난만 풀어주면 이후 청년 인구가 줄어 일자리 찾기가 수월해질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의 주요 내용인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용증대세제,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굵직한 재정ㆍ세제 지원이 4년 뒤 일제히 종료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정부는 2021년까지 취업 적령기인 25~29세 인구가 39만명 가까이 증가, ‘일자리 보릿고개’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처럼 인구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고용 여건이 개선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노동 교육 산업 여건 등이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일자리 보릿고개 이후에도 청년 구직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우선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일본은 한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0~99인 규모 기업의 노동자 1인당 월 평균임금은 3,301달러, 500인 이상 규모 기업은 6,048달러로 그 격차가 2,747달러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822달러(10~99인 3,160달러, 500인 이상 3,982달러)에 불과하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라면 일본은 중견기업 강소기업 등 중간층이 두텁다“며 “기업 규모 간 임금격차도 낮고 대졸자들의 취업 경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의 임금을 대기업 대졸 초임 수준으로 높이는 한시적 정책이 종료되면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의 대졸자 비율도 학력과 일자리의 불일치를 완화해 주는 요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고등교육기관(전문대, 일반대학ㆍ대학원 등) 취학률에 따르면 한국은 18~22세 취학적령인구 대비 고등교육기관 재적 학생수 비율이 93.2%로, 전체 80개국 중 3위다. 일본은 30%포인트나 낮은 63.4%(39위)다. 김태헌 아태인구연구원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대졸자 비율이 높은데다 졸업 후 대부분 대기업, 공공부문 취직에 매달리는 구조”라며 “청년층 인구가 줄어도 대졸자 중 일부 우수 인력만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고 나머지는 실업 상태로 남는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아베노믹스, 엔저현상에 따라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한 것이 일본 인구 감소 시기와 적절하게 맞물려 실업률이 크게 완화된 일본 안팎의 경제적 상황을 4년 뒤 우리 경제 상황에 대입하는 것도 무리다. 일본이 고령화에 대비해 의료와 복지 분야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등 거시적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해 일자리를 늘린 점도 간과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인구가 줄어들면 외려 성장세가 위축되는 ‘인구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며 “단순히 특정 연령대 인구 문제로 노동시장정책을 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도 “취업 적령 인구 외에 현재 10대들의 취업 경로를 다원화할 수 있는 교육 개혁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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