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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독과점 탓 국민들 연 20조원 이자 추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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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독과점 탓 국민들 연 20조원 이자 추가 부담”

입력
2018.03.21 03: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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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형은행들이 시장 장악

막대한 예대금리차로 초과 이윤

금융 지출은 소비 제약의 원인

성장률도 1%P가량 하락시켜

소규모 은행들 진입 활성화하고

대형은행은 기업대출 적극 나서야”

서정의 한국은행 국장은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은 70년대 이후 개발경제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도적 개편 시기를 놓치면서 경제력이 약한 국민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은행시장 개편을 위한 논의를 촉구했다. 국방대학교 제공
서정의 한국은행 국장은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은 70년대 이후 개발경제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도적 개편 시기를 놓치면서 경제력이 약한 국민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은행시장 개편을 위한 논의를 촉구했다. 국방대학교 제공

우리나라 은행 수는 시중은행만 따지면 6개, 지방은행까지 포함하면 12개다. 이 중 ‘빅4’ 은행의 자산(2016년 기준)이 시중은행의 92%, 은행 전체의 81%에 달한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독일 1,666개, 프랑스 416개 등 회원국 평균 은행 수가 251개(2015년)에 이른다. 미국엔 유로존 회원국 은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은행이 영업하고 있다.

소수 대형은행에 장악돼 경쟁이 사라진 은행시장 과점구조 탓에 우리 국민(가계)들은 유로존 국민에 비해 연간 10조~20조원 규모의 금융 비용을 추가 지불하고 있고 연간 경제성장률도 1%포인트가량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정의(54) 한국은행 국장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담은 책 ‘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지식과감성# 발행)을 최근 발간했다. ‘은행의 은행’이라 불리는 중앙은행에 평생을 바친 전문가의 지적이란 점에서 무시하기 힘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2년 유럽연합(EU) 대표부 파견 근무를 거쳐 금융안정국 조기경보팀장을 역임, 한은 내 금융시스템 전문가로 통하는 서 국장은 이 책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을 보유한 유럽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한국 은행 산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키우며 초과이윤을 챙기는 점, 그리고 신규 은행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 대출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상환 조건이 좋은 ‘은행돈’을 쓸 수 있는 계층이 제한돼 있는 점을 심각하게 여겼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서민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해법은 경쟁 가능한 시장으로 은행권을 개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올해 초 1급(국장) 승진과 함께 국방대학교에서 파견 교육을 받고 있는 서 국장과 20일 인터뷰를 가졌다.

-은행시장 과점에 따른 국민 금융 비용은 어떻게 산정된 것인가.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유로존 평균에 비해 50bp(0.5%포인트) 정도 크다. 은행 가계대출 규모(2016년 말 기준 700조원)를 감안하면 유로존 가계보다 4조원가량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여기에 은행 아닌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 또한 700조원 수준인데, 이들의 예대금리차가 유로존 은행보다 100~200bp(1~2%포인트) 정도 높은 만큼 가계 추가 부담이 7조~14조원이다. 합산하면 10조~20조원으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ㆍ1,600조원)의 1%를 상회한다. 이런 지출이 소비 제약으로 이어져 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떨어진다. 기업대출(985조원)까지 따지면 부정적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인데.

“가계금융복지조사(2016년) 결과를 보면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은 가구의 비중은 30%를 조금 웃돈다. 은행과 함께 금융비용 부담이 적은 편인 신용협동기구(농협 등)를 합해도 그 비중은 절반 이하(46%)다. 반면 여타 금융기관에서만 대출을 받은 기구 비중이 25%를 넘는다. 은행과 비은행으로 대출시장이 ‘분할’되면서 상당수 가구가 매우 큰 금융 비용을 부담하며 필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국내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높게 매기는 것은 은행시장이 소수가 지배하는 과점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 진출입이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보다 상품가격(금리)은 높아지고 공급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높은 가격은 은행에겐 초과이윤의 원천이고 소비자에겐 비용이다. 대출시장 분할은 과점 구조뿐 아니라, 은행의 가계대출 공급량이 전체 수요량에 비해 부족한 데에서도 비롯한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강화된 은행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등의 정책이 상황을 개선할 여지는 없을까.

“소수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 진입했다고 해서 은행산업이 갑자기 경쟁시장으로 바뀔 수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이윤극대화를 중시할 수 밖에 없어 결국 과점 이익을 누리려는 행태를 보이게 될 공산이 크다. 사전에 은행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은행의 수와 형태를 정해놓는 정부 주도 방식은 경쟁시장 형성의 동력인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해법은.

“소규모 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동일한 자격을 갖고 시장에 끊임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할되지 않은 시장에서 수많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놓고 경쟁하면 소비자 편익이 늘 것이다. 위험관리 능력을 갖춘 대형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효율적 자원배분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금융기관은 은행이 될 수 없다’ ‘이미 은행은 충분히 많다’는 등의 인식을 바꾸는 ‘은행 정체성 재정립’이 필수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부차적 문제다. 소규모라면 산업자본이 아니더라도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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