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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개헌안 순차 공개로 국회와의 신뢰 무너뜨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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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개헌안 순차 공개로 국회와의 신뢰 무너뜨려서야

입력
2018.03.20 19: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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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중 전문(前文)ㆍ기본권 부분을 공개했다. 예고대로 21일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22일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 권한 분야 개헌안을 순차적으로 공개, 26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기정사실화할 자세다. 여당은 환영했지만 야당은 즉각 이념편향성을 지적하는 한편 쪼개기 공개 방식도 문제 삼았다. 청와대가 진정 이런 방향과 내용으로 개헌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시기에 집착하기보다 야당 설득 노력을 우선해야 할 이유다. 야당도 청와대 안에 무조건 반대하기 이전에 적극적 개헌 의지와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옳다.

청와대가 공개한 전문 개정안은 민주주의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3ㆍ1운동과 4ㆍ19혁명 외에 부마항쟁, 5ㆍ18 민주화운동, 6ㆍ10 민주항쟁의 계승을 명시했다. 논란이 됐던 촛불혁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데다 현 정부 수립과도 맞물려 있어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 기본권도 대폭 강화해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생명권ㆍ안전권ㆍ정보기본권을 신설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각종 사고와 위험에 대처하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사형제 폐지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고 공무원 노동 3권을 보장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노력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대통령 주도 개헌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던 야권도 자유한국당 외에는 이런 내용과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사실 전문에 명시된 5ㆍ18, 6ㆍ10 항쟁 등은 민주주의를 계승하려는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이미 법적ㆍ제도적 공인과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이다. 한국일보와 국회의장실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0%가 5ㆍ18, 6ㆍ10 등을 추가하는 데 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개헌안의 내용이 아니다. 국회 의결 가능성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려는 것은 야당 반발을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당의 개헌 논의의 폭마저 제약한다. 결국 국회와의 신뢰의 틀을 허물어뜨릴 뿐이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개헌안 공개, 그것도 쪼개기 공개로 국민 관심을 끌려는 청와대의 고집이 답답하다. 굼뜨기만 한 야당과 국회의 개헌논의를 자극하려는 뜻이라고 이해하더라도, 현실을 깡그리 외면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최종적 ‘개헌 불발’에 대한 비난을 야당에 돌리려는 발상이 두드러진다. 정말 개헌을 하려면 국회, 특히 야당과의 신뢰부터 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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