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으로 연기됐던 키리졸브 등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4월 1일부터 시작된다고 국방부가 20일 발표했다. 야외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연습과 한미 해군ㆍ해병대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1일부터 시작하고, 이 훈련이 끝난 뒤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연습이 이어진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전체 병력은 약 2만4,000명 정도로 “예년과 유사한 규모”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이 내용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통보했고, 이와 별도로 1월 개통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서도 알렸다.
투입 병력 규모는 예년 수준이더라도 기간이 단축된 데다 이른바 전략자산이 투입되지 않으리란 점이 눈에 띈다. 키리졸브연습의 전체 훈련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독수리연습의 경우 보통 두 달 가까웠던 것을 4주로 줄였다. 지난해 독수리연습 기간 항모 칼빈슨과 핵잠수함 콜럼버스, 전략폭격기 B-1B 등이 투입됐지만 올해는 이런 전략자산 투입도 없을 모양이다.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5월에 열릴 가능성이 있는 북미정상회담 등 모처럼의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납득할 만한 조정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는 그간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과감하게 연기ㆍ축소 또는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과 훈련조정은 주권 포기나 마찬가지여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가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게 하되,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를 사실상 축소하겠다는 것은 두 주장의 핵심 취지를 모두 살리는 절묘한 균형점인 셈이다. 한미는 그동안 이런 연합훈련이 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도 무리가 없는 선택이다. 한편으로 이달 초 방북한 특사단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예년 수준의 한미연합훈련에 이해를 표시한 만큼 이 훈련이 남북 등의 대화에 걸림돌이 아님을 북한 역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조금이라도 위력을 잃으면 곧 나라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면, 북핵ㆍ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 평화의 주된 걸림돌을 제거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면, 훈련규모와 내용의 미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훈련이 끝나면 8월에는 역시 한미 연합 군사지휘부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열흘 여 이어진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이 훈련 역시 기본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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