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간 육아세대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게 원인
학교 폐쇄는 인구감소 가속화에 방재거점 소멸 우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참사를 겪은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초등학교 통합과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당시 지역을 떠난 인구 중 육아세대가 귀향을 포기하면서, 취학 연령 어린이가 크게 감소한 게 원인이다. 이와테(岩手)현에서 대지진 이전보다 취학 아동이 20% 줄어든 것을 비롯해 미야기(宮城)현은 14%, 후쿠시마(福島)현은 13%씩 각각 감소했다. 이는 일본 전국 평균 감소폭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2014년부터 휴교에 들어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巻)시 오기노하마 초등학교에서 지난 3일 눈물의 폐교식이 진행됐다. 마지막 졸업생이 된 한 학생(16)은 “추억이 가득한 곳이지요. 언젠가 다시 학교가 문을 열길 바라고 있었는데”라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폐교식이 끝나자 이 학생은 대지진 당시 하룻밤을 보냈던 교실의 칠판을 쓰다듬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마지막 학부모회 회장이 된 이 학생의 부친 야스나리(55)씨도 “좀 더 기다리면 주민들이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이시노마키시에선 10개 초등학교가 인근 학교에 흡수되는 등 통폐합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지진 후 7년간 이 지역 어린이 인구가 24%나 감소했기 때문인데, 시 당국은 학부모 및 주민들과 매년 새로운 학교 통합계획을 세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교육당국에 따르면 도호쿠 지역의 공립 초등학교수는 동일본대지진 이전과 비교해 이와테현이 392곳에서 314곳, 미야기현 450곳에서 385곳, 후쿠시마현 509곳에서 443곳으로 감소했다. 2011~2017년 기간의 전국 평균(9%) 감소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초등학교가 없어지는 셈이다.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도 16개인 초등학교가 2021년까지 10개로 조정된다. 폐교를 면한 학교도 1개 학년에 복수의 학급을 편성토록 한 적정규모를 충족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학교가 사라지면서 지역 공동체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방재측면에 큰 구멍이 뚫린다는 우려다. 도요대 나가사와 사토루 명예교수(건축계획학)는 “학교는 교육시설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재난대비용 거점이기도 하다”면서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학교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교 통폐합에 적극적인 학부모들도 있다.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에선 작년 4월 시립 아카사키(赤崎)초등교와 타코노우라초등교가 통합했는데, 마지막 학부모회장이 된 시다 슌이치(61)씨는 “친구가 많을수록 서로 경쟁하거나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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