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100종이 넘는 중국산 수입품에 연간 600억 달러(약 64조 2,500억원) 규모의 관세 패키지를 부과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중국을 직접 겨냥한 대규모 관세 폭탄을 때릴 경우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중간 무역 전쟁이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WP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제안한 참모들의 관세 부과규모를 두 배로 증액시켰다고 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해 8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를 벌여 왔으며 최근 3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 부과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저널(WSJ) 등이 전한 바 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부당한 무역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관세 부과 등의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근거를 대통령에게 부여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에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실제 제재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백악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하더니, 대중 무역보복도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하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중국에 가장 큰 폭의 경제 보복을 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모임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존 프리스비 회장은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개선하는 데 관세가 이롭기보다 해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지, 제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체들은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들을 조립하거나 마지막 단계에서 손질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데 온전히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인다고 해서 무역적자 규모 자체가 주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지에서 중국산 제품을 대신할 저가제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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