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서
우버 자율주행차에 운전자 동승
자율주행 모드 시험 중 발생
안전성^규제 여부 등 다시 가열
“일반 도로서 테스트 중단해야”
“기술 개발 불가피한 진통” 팽팽
인공 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법적 책임, 규제 여부 등을 두고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미 당국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기술 선점을 위해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해왔던 터라 일단 규제 강화 여론에도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현지 경찰과 언론에 따르면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18일 밤 10시쯤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템피의 한 교차로에서 도로를 건너던 여성 보행자 엘레인 허츠버그(49)를 치었다. 당시 자전거를 끌고 가던 허츠버그는 횡단보도 표시선 바깥으로 건너고 있었다. 사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우버 차량 운전석에 시험 운전자가 타고 있었으나 자율주행 모드였으며 시속 56㎞ 운행 구역에서 시속 60㎞로 주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비아 모이 템피 경찰서장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차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게 마치 섬광 같았다고 진술했다”면서 “운전자는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충돌 사실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현지에 조사팀을 보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우버는 사고가 발생하자 피닉스ㆍ템피,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등지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와 양강 구도를 형성중인 우버의 개발 드라이브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들이 일반 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확대하면서 접촉 사고가 종종 발생해왔으나 보행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앞서 2016년 5월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다 트레일러와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자율자동차 규제는 각 주마다 다른 데, 사고가 발생한 애리조나주는 2015년 ‘규제 프리존’을 선언하며 자율주행차 산업 유치에 가장 공을 들여왔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 지역 도로가 넓고 한산하며 날씨도 건조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이달 초 아예 운전자가 없는 무인 주행차의 운행도 허용했다.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의 존 심슨 국장은 USA투데이에 “애리조나는 사실상 아무 규제도 받지 않고 로봇 차들을 시험하는 서부 황야가 됐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모든 일반 도로에서 테스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율자동차 옹호자들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진통이라며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시 법적 책임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할 경우 차량을 구입한 운전자와 차량 제작업체, 또 차량 프로그램 검사를 소홀히 한 정비업체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조사하려는 보험회사와 기술 노하우를 지키려는 제작업체간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애리조나 사고 역시 다양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트 헨션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사고는 궁극적으로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핵심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내가 피해자의 소송을 맡는다면 주행을 허용한 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것이며 메인 타킷은 우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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