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계약 갱신 조항 등
전국의 기차역과 수도권 광역 전철역 등에서 ‘스토리웨이’ 편의점과 상업시설 및 광고매체 등을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유통(옛 홍익회)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역사(驛舍) 내 상가와 유통 등도 관리하고 있어, 음식 의류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소상공인) 570여 곳과 임대차 계약도 맺고 있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 코레일유통이 실제로는 임대 소상공인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벌’로 추가 수수료까지 받는 ‘갑질’을 일삼아 온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코레일유통의 전문점 운영계약서(임대차계약서)를 심사한 결과,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배현정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계약서상 과도한 위약벌 조항, 부당한 계약갱신 조항 등으로 역사 내 소상공인의 불만이 높아 이를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맺은 역사 내 입점 업체들은 임대료로 수익금의 38%를 내고 심지어 이익이 안 나도 벌금을 내야 한다”며 코레일유통의 임대료 ‘갑질’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점검에서 역사 입점 소상공인은 월 매출이 입찰 당시 제안한 매출의 90%(최저하한)에 미달하는 경우 ‘위약벌’이란 이름의 추가 수수료를 코레일유통에 납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소상공인 A씨가 입찰 당시 월 매출 5,000만원(최저하한 4,500만원)을 제안했는데 3,000만원의 매출 밖에 올리지 못했다면, 기본 임대수수료 600만원(매출*수수료율 20%) 외에 ‘위약벌’ 수수료 300만원[(최저하한 4,500만원-3,000만원)*20%]이 추가로 부과됐다. 소상공인의 영업 실적과는 상관 없이 코레일유통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긴 조항”이라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계약서엔 ▦최저하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연간 매출이 전년 매출의 90%를 넘지 못하는 경우 해당 소상공인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소상공인이 통제할 수 없는 매출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도록 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조정’(인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임대수수료의 증액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점도 이번 점검에서 시정됐다.
배 과장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철도 역사 내 전문점 운영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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