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1일 6ㆍ4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서울 홍대입구역에는 한 동물단체가 “지방선거 정책 중 동물보호와 복지를 위한 공약이나 정책은 전무하다”며 동물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공약을 찾아보니 그때도 동물 관련 공약이 아예 없진 않았다. 후보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영 동물보호센터 설치와 길고양이 관리방안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동물보호교육과 반려ㆍ유기동물에 대한 책임의식 교육을 약속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유기동물 입양, 동물보호 공간 등을 갖춘 반려동물문화센터 설립을 공약 사업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당선됐는데 4년이 지난 지금 직영 동물보호센터 설치, 동물보호교육 과정 개설, 반려동물문화센터 설립 준비 등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동물 정책은 일부 동물에 관심이 있는 후보자들의 이색적인 공약으로 비춰진 측면이 컸던 것 같다.
동물 정책이 각 정당이나 후보의 빠질 수 없는 공약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다. 당시 기자는 각 정당에게 동물 관련 정책 질의를 보냈는데 5개당 모두 다루는 범위와 정도는 달랐지만 동물보호 관련 정책을 공약에 담고 있었다. 동물 공약이 정점에 달한 건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다. 주요 대선 후보 5인은 기자가 보낸 동물 질의서에 답변을 보내왔는데 모든 유력 대선 후보가 처음으로 동물 정책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유기견을 입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해 7월 ‘토리’를 입양해 유기견 출신 첫 ‘퍼스트 도그’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후보 당시 제시했던 공약 중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서 개식용 단계적 금지, 동물보호 전담 조직 설치 등이 빠지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선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동물 공약이 등장하는 것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그만큼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야생동물 등 동물의 지위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공약이 반려인의 투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려인들 사이에서 동물 공약을 체크해 보는 이들은 많은 것 같다.
이번 6ㆍ13 지방선거 각 예비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동물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반려인 10여명과 만나 직영동물보호센터와 동물보건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생명윤리교육에 대해 약속하면서 “동물도 함께 숨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선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은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김우남 전 국회의원은 반려동물공원 조성과 돌봄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려동물 산업 육성을, 청주 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동물보건소, 행동교정센터 등으로 구성한 동물행복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예비후보는 도내 특성화고에 반려동물 관련학과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예전에는 동물정책이 공약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는 동물공약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시기는 지난 듯하다. 지키지 못할 선심성 정책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환영할 이들은 없다. 반려인들도 후보들이 내세우는 동물 공약에 대해 검토하고, 기존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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