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핵 과시'도 삼가…'전략국가' 표현으로 핵능력 우회 강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면담한 이후 2주째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대북특사단과 면담 및 만찬을 가진 것을 다음날인 6일에 보도한 이후, 20일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소식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통상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활동이 이뤄진 다음 날 보도한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나고서 최소한 지난 19일까지는 현지시찰이나 접견 등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최근 상대적으로 오래 '잠행'을 이어가는 것은 현시점에서 민생현장이나 군부대 시찰보다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한 대외 전략 검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과 만나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북측과 합의했다. 이후 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5월 북미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아직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북미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빅 이벤트'를 앞두고 나름의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진의나 한국의 입장, 지금의 전반적인 정세 흐름 등을 판단하면서 남북,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등 북한도 현재 대외정책 방향을 큰 틀에서 선회하고 있는 셈이어서 내부적 검토 필요성은 더욱 클 수 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핵보검' 등 핵무력을 과시하는 표현을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북한의 핵 개발을 직접 거론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실은 것은 7일자 논평 '조선의 핵보유는 정당하며 시빗거리로 될 수 없다'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신문은 오는 9월 정권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성과 독려를 위해 17일 게재한 '어머니 조국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정론에서도 '핵'이라는 말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 정론은 "오늘 우리 조국은 세계적인 전략국가이다", "우리의 국방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전략국가의 뇌성을 울리었고…" 등 '전략국가'라는 표현으로 미국을 상대할 핵능력을 보유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 개회사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며 '전략국가'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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