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야!!"라고 소리치며 친구가 구불구불한 나뭇가지를 던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냥 나뭇가지를 던졌을 때보다 훨씬 더 화들짝 놀랐을 것입니다. 우리는 '뱀'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뱀'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연상하는 능력, 이 능력은 그 동안 인간만의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박새'에게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교토대 동물학동학자 스즈키 도시다카 교수가 지난 1월 이를 증명했죠. 박새는 다른 어떤 포식자보다 '뱀'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뱀은 박새가 둥지를 튼 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와 어미와 새끼를 모두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박새는 뱀이 나타났을 때만 내는 독특한 경고음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동료의 뱀 경고음이 들리면 박새는 수색에 나서고, 발견하면 공중에서 날개와 꼬리를 한껏 펼쳐 뱀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하죠.
스즈키 교수는 이런 점에 착안해 박새에게 일반적인 경고음과 뱀의 경고음을 들려주고, 나뭇가지를 움직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박새는 '뱀의 경고음'과 '나뭇가지가 뱀처럼 움직일 때'만 민감하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다른 경고음이 들렸거나, 뱀의 경고음이 들렸지만 나뭇가지가 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는 뱀을 발견했을 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스즈키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박새가 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뱀 경고음을 듣고 본인이 떠올린 이미지와 유사한 것을 발견했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겁니다. 박새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미어캣도 특정 먹이나 포식자에 특정한 신호를 낸다고 알려졌는데요. 스즈키 교수는 이에 대해 “야생동물의 인지 과정을 밝히는 것은 언어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고 의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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