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8단지 미계약분 추첨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금으로 1억원 계약금만 가져가면 되는 건가요?”
최근 부동산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엔 이처럼 강남권 분양 아파트 미계약 물량에 대한 투자를 문의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로또 중의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가 대부분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지만 자금 마련에 대한 걱정보다 오히려 자금난에 나올 미계약분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 대출 제한이 ‘로또 아파트’ 미계약분 속출로 이어지며 이러한 미계약분만 전문으로 노리는 현금 부자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견본주택에 사흘동안 4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린 것도 실수요자뿐 아니라 이러한 투자 열기가 한 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3㎡당 평균 분양가를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남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며 당첨만 되면 수 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아파트가 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7월부터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혀 있다. 84㎡ 기준 15억원에 가까운 분양대금 중 잔금 40%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체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첨이 돼도 계약을 포기하는 미계약분이 적잖다. 실제로 최근 분양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에선 일반분양물량의 22%인 128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미계약분이 현금 부자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미계약분추첨에도 1,500여명이 몰렸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미계약분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계약금을 갖고 시간 내에 추첨장에 입장한 사람이면 신분이나 청약 자격 조회 없이 모두에게 당첨 기회를 주고 있다. 현금과 사람을 많이 동원할 수록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현금 부자들이 ‘로또 아파트’ 미계약분 시장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연말까지 제2의 ‘디에치자이 개포’가 될 또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1,300여가구(일반분양물량)나 나온다. 다음달에는 삼성물산이 서초구 우성1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아파트에 대해 23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또 5월에는 강남구 상아2차 아파트 재건축 물량 중 115가구가 일반 분양으로 나온다. 각각 강남역, 청담역 역세권 단지들이다.
이어 7월 현대건설이 서초구 삼호가든3차 아파트를, 10월과 11월에는 GS건설이 서초구 무지개아파트와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물량을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앞으로도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물량 미계약분엔 시세차익을 기대한 현금 부자들의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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