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면 2년간 의무재직 부담
중도퇴사 땐 이자까지 토해내야
“첫 직장이 중요하다” 인식에
시간 걸려도 대기업 도전 많아
3000만원 수령 3년형 도입도
근속기간 더 늘어 실효성 미지수
유진영(29ㆍ가명)씨는 지난해 2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중소기업 생산관리직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야근이 없다던 공고와 달리 회사는 한달 뒤부터 생산직과 같은 2조 3교대근무를 요구했다. 생산 일을 알아야 관리도 잘한다는 논리였지만 정작 본업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유씨는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제를 중도 해지 하는 경우 발생하는 수백만원의 환급금 때문이다. 유씨는 19일 “목돈만큼 경력도 중요한데 눈앞의 이익만 보고 조급하게 결정한 것 같아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청년일자리대책의 핵심은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였다. 청년이 중소ㆍ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400만원)과 정부(900만원)가 돈을 보태 1,6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2년형)인데, 생애최초취업자에게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해 3,000만원을 마련해주는 제도(3년형)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도입된 2년형의 경우에도 실제 가입자는 많지 않았다. 예산 1,946억원 중 실제 집행된 건 1,077억원으로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 ‘꿀적금’이란 별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가입이 더딘 건 왜일까.
이들은 한번 입사하면 2년간 의무적으로 근속해야 하는 부담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유씨처럼 취업 후 근로조건이 바뀌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만두려 해도 근로자들은 지원금과 이자를 합해 약 150~675만원의 해지환급금을 내야 한다. 부도나 해고가 아닌 이상 해지는 근로자 귀책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김슬아(27)씨는 “친구가 상사의 성희롱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공제 때문에 참는 걸 봤다”며 “신중하지 않으면 나도 2년간 고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합격하고도 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은 만큼 시간이 걸려도 대기업에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청년들도 많다. 취준생 이성준(28)씨는 “조금 늦더라도 처우가 좋은 기업에 가면 그 정도 목돈은 금방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30대 초반까지는 대기업 취업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이들은 대기업으로 옮기더라도 처우에서 뒤처진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첫 사회생활을 직원 100인 이상 기업에서 시작한 이들과 100인 미만 기업에서 출발한 이들은 10년 뒤 임금 차이가 10% 이상에 달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상반기 중 신설할 3년형 공제가 참여율 제고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외려 의무 근속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중도 퇴사 시 환급액 역시 훨씬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은 “3년 후 해당 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 근속년수만 늘리는 건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한요셉 KDI 부연구위원은 “첫 직장의 영향이 오래가는 우리 노동시장 특성상 근속기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상향이직 및 창업 시 해지환급금 기준을 완화해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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