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호 함평군수 불출마 선언
“군정에 부담 주기 싫다”
상대여성 다른 후보 접촉‘음모론’나와
문화계, 대학가, 정치권 등 전국으로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되면서 전체 인구 3만 4,000여명인 전남 한 시골 농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6ㆍ13 지방선거 함평군수 후보로 당선이 유력한 안병호 현 군수가 3선 출마를 접었다. 안 군수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지 13일 만인 19일 “다가오는 함평군수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안 군수 측근인 김모씨는 선거운동을 앞두고 미투운동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김씨에 따르면 안 군수로부터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각각 성폭행과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지난 6일 한 언론매체에 폭로한 여성 4명은 현재 지방선거 함평군수 후보로 뛰고 있는 A씨 소개로 만났다는 것.
4년 전 A씨는 주말을 이용해 안 군수를 자신의 축사 사무실로 불렸다. 그 이후 안 군수와 A씨, 피해여성들은 식사내기 등 화투(고스톱)놀이 멤버가 됐다. 안 군수도 주말 행사가 없는 날에는 간혹 화투놀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가까웠던 사이가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으로 돌변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더욱이 김씨가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피해 여성들이 사전에 단체로 움직이며, 광주에 언론매체 기자를 만나기 전에 또 다른 함평군수 후보를 접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군수의 불출마 선언은 가족들의 고통이 크게 작용했다. 가족들은 선거로 인한 심한 배신감과 대인접촉 등을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 군수는 보도자료를 통해“진행중인 군정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재선입장을 꺾고 다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정책은 사라지고 소문만 흉흉한 선거는 접기로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안 군수는 “자신 때문에 군정에 부담을 줄 수 없고, 더 이상 군민들에게 혼란과 당원으로서 당에 부담을 줘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지만 이 길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군수는 선거 불출마 선언과는 별도로 성폭행ㆍ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안 군수는 성추행 의혹과 반박 기자회견 당시 “이번 폭로는 선거철을 앞두고 배후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언론사와 해당 여성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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