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고객정보 가공 가능해져
맞춤 상품개발 등 활발해질 듯
은행의 개인 신용평가 방식이 확 바뀐다. 지금은 신용평가 때 신용카드 실적, 대출 연체 이력 등과 같은 금융정보만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지만 앞으론 통신비나 전기요금 납부실적, 대학교 도서관 연체 이력 등과 같은 비금융 정보도 비중 있게 활용된다. 그 동안 금융 이용 실적이 적어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20대 청년과 주부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고객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은 물론 은행의 신용평가 모형도 훨씬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우선 금융 분야만 한정해 정보활용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금융위 소관인 신용정보법부터 개정한 뒤 차차 개인정보법과 같은 다른 법률을 바꿔 데이터 활용을 가로 막아 왔던 규제들을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사는 올해 중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 내년 초부터 고객 정보를 익명정보(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이름, 상세주소 등을 뺀 정보)로 가공한 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정보 사용을 위해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오유정 금융위 사무관은 “예를 들어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20ㆍ30대 여성의 소비패턴과 이들의 연체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특정 결과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며 “금융사로선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은 물론 자체적인 신용평가 체계도 훨씬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신용평가 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은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할 때 신용조회회사(CBㆍCredit Bureau)에서 받은 개인의 신용등급과 자체 구축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최종 신용도를 매긴다. 그러나 은행의 CSS를 고도화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세청, 산업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은행들이 앞으로는 세금ㆍ전기요금 납부실적 등의 데이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 CSS에 반영되는 비금융 정보엔 사회보험료 납부 실적을 비롯 대학교 도서관 책 반납 지연 기록까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이용 실적이 없는 대학생이라도 다른 비금융 정보를 통해 신용도를 올릴 방법이 많아지는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통신료 납부실적처럼 비금융 정보만 활용해 신용점수를 매기고 이를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특화 신용조회회사(CB)도 도입하기로 했다. 특화 CB는 활용하는 개인정보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진입 문턱(자본금 요건 50억원→10억원)도 대폭 낮췄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소비자 대응권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신의 신용등급이나 보험료가 책정된 정보 분석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 대응권이 도입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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