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정규앨범 ‘듀오’에서
거장 작곡가의 다양한 곡을
바이올린^비올라^첼로와 협주
“솔로 연주는 무대 위 배우의 독백연기 같아요. 물론 이것도 깊은 의미가 있고 아름답죠. 하지만 대부분의 연극은 적어도 두 캐릭터가 등장해 서로 소통하잖아요. 이번 앨범은 교감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될 거예요.”
비올리스트로는 드물게 현악기와 함께 하는 2중주 앨범 ‘듀오’를 낸 리처드 용재 오닐(40)은 자신의 앨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용재 오닐은 ‘듀오’로 비올리스트로서는 흔치 않게 9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재 오닐은 “(듀오)연주를 듣는 사람은 연주자 각각의 캐릭터를 잘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개별 연주자의 기량과 깊이는 물론 현악기들의 소통을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는 용재 오닐에게 ‘현악 가족’이다. 건반 악기가 전혀 참여하지 않았지만, 현악기들의 화합 그 자체로 충분하다. 그가 오랫동안 보아 온 동료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이수민, 첼리스트 문태국이 앨범에 참여했다. 두 대의 현악기는 가족처럼 가까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경쟁하듯 기교를 드러내기도 한다.
2중주 곡들은 작곡가의 기량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곡이라고 용재 오닐은 설명했다. “멜로디는 물론 하모니와 리듬 면에서도 음악적 깊이가 있어야 아름다운 곡이 탄생할 수 있어요. 다양한 거장 작곡가들의 듀오 곡을 앨범에 담았습니다.”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작품들도 선곡해 더욱 폭넓은 연주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앨범이라는 평이다. 노르웨이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요한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베토벤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 영국 작곡가 프랭크 브리지의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애가’ 등 18~20세기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담았다.
용재 오닐은 스스로를 “비올리스트보다는 음악가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칭송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히 남을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해 나가기 위해 연주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 음악상으로 꼽히는 에버리 피셔 상을 수상하고, 그래미어워즈 후보로도 지명될 정도로 이미 음악적으로 인정받은 오닐은 아프리카 케냐의 난민캠프에서도 연주를 하며 음악을 통해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듀오’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도 이어진다. 용재 오닐은 23일 경남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24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경북 안동시 문화예술의 전당, 30일 인천 문화예술회관,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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