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알고리즘 담합 등 겨냥
일부 조항 현대화 방안 검토
재벌개혁 수단 구체화 추진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도입 38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 16일 1차 회의를 열어 경쟁ㆍ기업집단ㆍ절차법제 분야 17개 논의과제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위원회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등 23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오는 7월까지 논의 과제를 검토하고, 공정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한 후 연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된 이래 27차례 개정되면서 중복 조항이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법적 체계가 흐트러졌고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 개혁, 갑질 근절, 혁신 성장 등 한국경제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품과 사업자, 사업방식이 나타나고 있는 21세기 경제환경에도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공정거래법의 일부 조항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알고리즘 담합’처럼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를 다룰 수 있는 조항 마련이 대표적 과제다. 최근 전자상거래ㆍ공유경제 등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하고 최적의 가격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이 널리 활용되면서, 향후 사람의 지시나 개입 없이 알고리즘 스스로 담합을 주도하는 ‘디지털 카르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의 핵심 성립요건으로 ‘사업자 주체간 합의’를 규정하고 있어 이른바 ‘로봇’ 간 담합은 제재하기 어렵다. 지난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가 ‘알고리즘과 담합’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전세계 경쟁당국의 최대 화두로 이 문제가 떠오른 배경이다.
또 위원회는 IT 플랫폼 사업자들의 빅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신고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현행 법규상 공정위의 경쟁제한 심사 대상은 자산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원 이상인 회사를 인수ㆍ합병(M&A)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매출은 작지만 기업가치가 큰 빅데이터 기업들은 경쟁당국의 법망을 빠져나갔다. 실제 2014년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할 때 빅데이터 독점 우려가 불거졌지만, 왓츠앱 매출이 작아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신고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위원회의 또다른 과제는 재벌개혁의 ‘수단’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강조한) ‘포지티브 캠페인’(자발적 개혁)의 성과를 평가해보니 그것만으로 모자라 법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행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 20%)인데, 일부 재벌기업들이 총수 일가 지분을 이보다 낮춰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도입 취지와 달리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이 된 지주회사 제도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