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마련 총괄한 조국 수석
정부형태 등 내용 차례로 공개
文,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할 듯
‘3당 원내대표 회동’ 열렸지만
국무총리 선출권 등 진전 없어
한국당 “본질은 관제개헌”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 일정을 지시하면서 개헌 열차는 일단 출발 준비를 마쳤다.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예고대로 발의되면 향후 국회에서 여야가 극적으로 개헌안 발의에 합의해 새로운 열차를 출발시키는 경우 외에는 대통령발 개헌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개헌 시기와 내용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 국회발 개헌 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26일 개헌안 발의 지시를 발표하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론 확인이자, 마지막까지 국회 합의를 촉구하는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애초 청와대는 6ㆍ1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협의 상황과 대국민 설명 기간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베트남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을 마치는 28일쯤으로 늦추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 여당 원내대표가 발의를 26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하자 국회 협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시점을 재조정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무회의 직접 참석 대신 해외 전자결재 방식으로 개헌안 발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 제130조 1항에는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된다’고 돼 있다.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ㆍ공고되면 국회는 5월 25일까지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116석)이 반대하면 대통령 발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되고, 국민투표까지 갈 수도 없다. 청와대도 이런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맞게 된 개헌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청와대 관계자)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특히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따로 설명하는 것도 국민 여론을 업고 개헌을 성사시켜보겠다는 의도다. 다른 관계자는 “하루에 내용을 다 풀면 권력기관 문제에 묻혀 국민들이 개헌안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헌법 상 기본권과 지방분권 등을 따로 설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지만 개헌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이든 26일이든 관제개헌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ㆍ선출권을 두고 여야 간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도 “권력구조, 정부형태와 관련해선 의원내각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로 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의사”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회의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논의를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어서 정부형태 합의도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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