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 회사 로고 문신 유행
‘걸어다니는 광고판’ 애사심 드러내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직원 제프 앳킨스(24)의 왼팔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별 모양의 2.5㎝ 크기 문신이 있다.
바로 월마트의 로고다. 앳킨스는 “내 인생의 25%를 월마트에서 보내고 있다.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원했다”고 말했다. 월마트에서 근무하는 자부심을 문신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회사 로고 문신’ 이 유행하고 있다. 고용주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애사심을 드러내기 위해 팔이나 발목, 어깨 등에 회사를 상징하는 마크를 영구적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문신으로 새기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고, 잡호핑족(job-hoppingㆍ2~3년 단위로 능력개발, 급여 상승 등을 위해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이 ‘걸어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자처하는 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부즈앤코’ 임원이던 맷 매니는 회사가 인수ㆍ합병되고 충성심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자, 인수 회사(Strategy&)를 상징하는 ‘앰퍼샌드(&)’ 기호를 팔뚝에 새겼다. 그는 이후 직원들의 찬사도 들었다.
뉴욕타임스(NYT)의 첫 여성 편집인으로 일하다 2014년 전격 해고돼 충격을 줬던 질 에이브람스(64). 그 역시 신문 제호 폰트와 동일한 ‘T’자를 등에 문신으로 새길 만큼, 회사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에이브람스는 “내가 NYT에 일한다는 것을 사랑한 게 아니라, NYT 자체를 사랑했었다. T는 나의 개인적인 상형문자”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직접 직원들에게 문신을 장려하는 경우도 있다. 프랜차이즈 헬스클럽인 ‘애니타임 피트니스’는 본사 건물에 ‘문신실(tattoo room)’까지 두고 직원은 물론, 회원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신을 새긴 사람들만 4,000명에 달한다. 뉴욕의 부동산 업체인 ‘래피드 리얼티’는 회사 로고 문신을 새긴 직원들에게는 15% 임금 인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신으로 각별한 ‘회사 사랑’을 표현한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완벽한 고용 보장이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애니타임 피트니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척 루니온은 최근 영원한 충성심을 보여주려고 문신까지 새긴 직원 중 7명을 해고했다. 평소 충성심을 강조하던 루니온은 이번에는 “직무 수행도가 충성심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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