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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M 사태, 산업 생태계 전략으로 접근하라

입력
2018.03.19 14: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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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구조조정 문제가 떠들썩하다. 한국의 대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이 세계적으로 투자와 구조조정을 반복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명확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 분석에 기반해 미래를 위한 일자리 확보와 산업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당장의 충격 최소화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지엠 문제는 완성차 조립생산을 넘어 산업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자리와 산업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수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급망 생태계에서의 협력사 측면에서 심도 있는 분석과 접근이 필수적이다. 한국지엠 협력사들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에도 부평과 창원 및 GM 해외공장은 물론 국내의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며 우리 자동차산업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1차 부품협력사는 전국 323개 업체로, 총 종업원은 15만 명을 넘는다. 이중 한국지엠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만 86개, 약 1만 명이나 된다. 1차 협력사의 작년 납품액은 4조7,000억원이며, 그 85%가 중견∙중소 기업의 몫이다.

이들 중견∙중소 협력사들은 그 동안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시장 수출 경로를 확보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여왔다. GM에서 매년 선정하는 우수 협력사로 9년 연속 미국을 제외한 지역 중 최다 선정된 곳이 한국이다. 또 전기차 등 미래 혁신을 이끄는 아이템 역시 8개 중 3개가 국내업체 기술로 인정받는 등 한국 협력사들은 GM 내부에서도 가장 건실한 공급업체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 상생과 협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중견 기업뿐만 아니라 GM 전기차의 배터리를 단독 공급해 온 LG화학에 이어, LG전자 역시 최근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부품과 시스템 11종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 화학 대기업과 이들의 협력사까지,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생태계를 고려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혁신으로 끊임없는 혁신이 전개될 분야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업의 사업모델, 산업의 주력분야도 변화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경쟁력 있는 중견 협력사의 기술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활성화에 달려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기술혁신에 집중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이들 공급망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성장 플랜을 갖고 GM과 논의하고 협상해야 한다.

정부는 철저한 실사를 통해 한국지엠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일 강력한 자구책이 있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GM이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공급망 생태계의 확장을 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ㆍ중견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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