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도입 38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등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낡은 규제체계를 현대화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19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등 23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개혁과 갑질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되고, 4차 산업혁명 및 공유경제 등 신(新)경제현상이 진행되며 시장의 룰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며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와 비교해 최근 경제환경이나 시장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크게 ▦경쟁법 ▦기업집단 ▦절차법 ▦법률 구성체계 개편 등 4개 분야에서 17개 과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경쟁법 일부 조항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알고리즘 담합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사업자가 동일한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사용하거나, 알고리즘 자체가 경쟁사와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설정된 경우로, 온라인 쇼핑이나 항공권 예약 등에서 활용된다. 이 같은 담합은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발생해 합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 법에서는 제재가 어렵다. 기업결합 신고기준도 논의대상이다. 최근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할 때 빅데이터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으나, 왓츠앱의 매출이 작아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공정거래법 과도한 형벌조항 정비 및 전속고발권 개편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소수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집단 법제도 다룬다. 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 20%)인데, 일부 재벌기업들이 총수 일가 지분을 29% 수준으로 낮춰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또 도입 취지와 달리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수단이 된 지주회사 제도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 위원회는 ▦사건처리 절차 신속화ㆍ효율화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피심인 방어권 보장 등 절차법적인 문제도 살펴볼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위원회가 논의 과제를 충실히 검토할 것”이라며 “위원회 논의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한 후 금년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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