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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ㆍ인수합병 좌지우지...주총의 숨은 권력 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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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ㆍ인수합병 좌지우지...주총의 숨은 권력 ISS

입력
2018.03.19 04: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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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설립된 시장 개척자

기관 투자자 대신 의안 분석

전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

자문받는 회원사 1900여곳 달해

베일에 쌓인 의결권 권고 기준

“축적된 데이터 바탕 업무 수행”

구체적 판단 기준은 공개 안 해

국내 자문사와 엇갈린 판단 많아

대부분 기관 투자자는 ‘거수기’

ISS 뒤집을 근거 제시 어려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확산으로

주요 안건 영향력 갈수록 확대

지난 16일 KT&G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은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6.93%)의 반대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외국계 주주(53.18%) 대부분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의 ‘연임 찬성’ 권고안을 받아들인 게 절대적이었다.

주총 철을 맞아 ISS의 영향력이 부각되고 있다. 찬반이 첨예한 안건마다 ISS의 권고가 사실상 주총의 결론이 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주주도 아닌 해외 사모펀드의 자회사가 사실상 우리나라 주요 기업과 은행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SS 탄생 배경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85년 설립된 ISS는 ‘젠스타 캐피털’(Genstar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본사인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을 비롯 뉴욕,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전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ISS의 주된 업무는 기관 투자자를 대신해 주총 의안을 분석하고, 안건 별로 찬반 입장과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ISS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ISS에 돈을 내고 자문을 받는 회원사는 연기금과 자산관리 기관 등 전 세계적으로 1,900여곳에 달한다.

ISS는 최초로 ‘의결권 자문사’ 시장을 개척한 덕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60%)을 자랑하고 있다. 후발 주자(2003년 설립)인 미국의 글래스루이스(GlassLewis&Co.)와 점유율(20%) 격차도 크다. ISS는 지난 200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펀드와 연금 등 모든 기관 투자자의 주총 투표를 의무화하고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와 이유를 공개하도록 하면서 급성장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많게는 수백 개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는 미국의 펀드와 연기금, 보험사 등은 추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주총 준비를 하기 보다 ISS에 자문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걸 택했다”고 설명했다.

베일에 쌓인 판단 기준

ISS에 따르면 1,100여명 직원들은 매년 115개국에서 4만2,000여건의 주총 관련 자료를 수집해 안건을 연구한 뒤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한다. IS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법률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판단 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신용평가사가 평가 모델을 영업 비밀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만 각 나라의 정치ㆍ사회적 배경은 최대한 배제한 채 기업 실적이나 주가 등 통계를 근거로 주주 이익을 위해 어떤 결론을 내는 것이 최선인지 따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는 23일 주총서 다뤄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안건에 대해 ISS는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점을 들어 ‘찬성’ 입장을 냈다. KB금융지주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내놓은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권 후보의 분야인 인사(HR)보다 회사 입장에선 재무, 법 등의 전문성 보강이 시급하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이 채용비리 의혹 등에 연루된 점을 들어 김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자문료 수준은 확인된 바 없지만 보고서 한 건당 15만원 이상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주총 핵심 권력 되나

기관 투자자들은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만 하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게 원칙이다. 실제로 ISS의 권고가 항상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 SK주총에선 2014년 횡령 등 혐의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ISS는 ‘오너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이 과반을 넘어 선임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2015년 3월 CJ 주총 안건이었던 손경식 회장 등 3명의 사내이사선임에 대해서도 ISS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자(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귀를 막지 못한 점 등 이사로서의 감시ㆍ견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반대를 권고했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같은 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해서는 0.35(삼성물산)대 1이란 ‘합병 비율’을 이유로 삼성물산 주주에게 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 다른 국내 기관들이 합병에 손을 들어주며 ISS의 권고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선 기관 투자자가 사실상 ISS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ISS와 반대 입장으로 투표를 하려면 ISS의 논거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어서 기관 투자자의 90% 이상은 권고대로 투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대주주는 이미 외국계 기관인 경우가 많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지침) 도입 확산으로 ISS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가 270여곳이나 되는 국민연금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사실상 ISS의 입김대로 한국 기업 주총 주요 안건이 결정될 일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ISS 등 거대 자문사가 특정 헤지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단기 고수익을 목표로 운영되는 펀드) 등과 결탁할 경우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SS가 단기 수익 추구 경향이 강한 사모펀드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ISS는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자산 매각 등 눈에 보이는 단기 업적이나 주가 중심적 평가를 많이 한다“며 ”이렇게 되면 안건 중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쟁력 있는 국내 자문기구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국내 자문업 기업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4곳인데 아직은 ISS를 대체하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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