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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기다린 챔프전… 김정은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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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기다린 챔프전… 김정은 ‘한풀이’

입력
2018.03.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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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최고 득점 기계 별명에도

지독할 정도로 우승과 인연 없어

우리은행 이적 후 되살아난 실력

정규리그 우승 이어 챔프까지 욕심

우리은행 김정은이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 김정은이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김정은(31)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고 그 해 겨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2007년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 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 진출을 경험했다. 2007~08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평균 18점을 넘기면서 리그 최고의 ‘득점 기계’로 군림했다.

개인 역량은 출중했지만 지독할 정도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2년간 챔피언결정전에서 뛴 기록이 없다. 2015~16시즌 챔프전 무대를 처음 밟았지만 우리은행에 세 판을 내리 져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혈통과 신분을 위조하고 국내 선수 대우를 받은 ‘첼시 리 사태’가 불거진 탓에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

이후 김정은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여파로 내리막을 탔다. 20분대로 출전 시간이 뚝 떨어졌고, 평균 득점도 한 자릿수로 바닥을 쳤다. ‘한 물 갔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 동안 몸담았던 부천 KEB하나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온양여고 출신인 그가 고향 팀인 우리은행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맺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기 위해 이적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의 선택은 적중했다. 지난 여름 ‘지옥 훈련’으로 소문난 위성우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견뎌내고 정규리그 34경기에서 평균 33분48초를 뛰며 12.8점을 올렸다. 또 팀의 주축인 박혜진(28), 임영희(38)와 찰떡 호흡을 이루며 12년 만에 처음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 봤다. 우승 세리머니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김정은은 내친김에 통합 우승에 욕심을 냈다.

상대 센터 박지수(왼쪽)를 수비하는 김정은. WKBL 제공
상대 센터 박지수(왼쪽)를 수비하는 김정은. WKBL 제공

일단 출발은 좋았다.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챔피언 결정 1차전(5전3승제)에서 김정은은 40분 풀타임을 뛰고 팀 내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14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3쿼터까지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9점을 몰아쳤다. 수비도 발군이었다. 자신보다 13㎝나 큰 상대 센터 박지수(193㎝) 수비를 맡아 골 밑에서 버텼다. 공ㆍ수에 걸친 김정은의 활약 덕분에 통산 10번째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우리은행은 65.3%의 유리한 우승 확률을 가져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김정은이 골 밑에서 박지수 수비를 하는 등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간판 가드 박혜진도 “언제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경기를 풀어가기 편하다”고 거들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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