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최고 득점 기계 별명에도
지독할 정도로 우승과 인연 없어
우리은행 이적 후 되살아난 실력
정규리그 우승 이어 챔프까지 욕심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김정은(31)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고 그 해 겨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2007년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 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 진출을 경험했다. 2007~08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평균 18점을 넘기면서 리그 최고의 ‘득점 기계’로 군림했다.
개인 역량은 출중했지만 지독할 정도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2년간 챔피언결정전에서 뛴 기록이 없다. 2015~16시즌 챔프전 무대를 처음 밟았지만 우리은행에 세 판을 내리 져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혈통과 신분을 위조하고 국내 선수 대우를 받은 ‘첼시 리 사태’가 불거진 탓에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
이후 김정은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여파로 내리막을 탔다. 20분대로 출전 시간이 뚝 떨어졌고, 평균 득점도 한 자릿수로 바닥을 쳤다. ‘한 물 갔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 동안 몸담았던 부천 KEB하나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온양여고 출신인 그가 고향 팀인 우리은행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맺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기 위해 이적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의 선택은 적중했다. 지난 여름 ‘지옥 훈련’으로 소문난 위성우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견뎌내고 정규리그 34경기에서 평균 33분48초를 뛰며 12.8점을 올렸다. 또 팀의 주축인 박혜진(28), 임영희(38)와 찰떡 호흡을 이루며 12년 만에 처음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 봤다. 우승 세리머니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김정은은 내친김에 통합 우승에 욕심을 냈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 챔피언 결정 1차전(5전3승제)에서 김정은은 40분 풀타임을 뛰고 팀 내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14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3쿼터까지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9점을 몰아쳤다. 수비도 발군이었다. 자신보다 13㎝나 큰 상대 센터 박지수(193㎝) 수비를 맡아 골 밑에서 버텼다. 공ㆍ수에 걸친 김정은의 활약 덕분에 통산 10번째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우리은행은 65.3%의 유리한 우승 확률을 가져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김정은이 골 밑에서 박지수 수비를 하는 등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간판 가드 박혜진도 “언제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경기를 풀어가기 편하다”고 거들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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