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휠체어 컬링 대표팀 경기를 관람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지만 스포츠에서 재활의 희망을 찾은 이들이었다. 그동안 활동해 온 지역도, 소속팀도, 성별도, 연령도 달랐던 이들이지만, 패럴림픽 참가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함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었다. 선수 다섯 명의 성(姓)이 모두 달라 ‘오(五) 벤저스(오성+어벤져스) 팀’으로 불렸던 이들은 경기 내내 뛰어난 실력과 세련된 매너로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이날 관람은 ‘패럴림픽 홍보단’으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장애인들이 세계 강팀들과 맞서 활약을 펼치는 모습에 감격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이들의 활약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감동과 기대감을 표시했다. 소관부처 장관으로서 선수와 관객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그 열정이 확산되는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뿌듯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동안 ‘주인공’이었던 이들은 패럴림픽 폐막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잠시 잊었던 소외감, 끊임없는 편견, 보이지 않는 차별, 세상의 무관심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평창에서 만난 장애인 선수와 가족, 관객들은 대회기간 동안 국민이 보내준 격려와 함성이 고마웠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특수 아이콘’이 아닌, 그냥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제도 개선과 편의시설 등 외형적 인프라를 착실히 구축해왔다. 이제 전국 주요 시설에서 장애인용 화장실, 장애인 주차구역, 장애인 복지관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수당 등 소득보장과 자립을 위한 기반도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개선과 달리 장애인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차별해소나 권익증진의 수준은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장애인식개선 조사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일반 국민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해 2016년에는 무려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주민과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마찰을 빚었던 사례에서 보듯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지역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일도 여전하다.
장애인들이 차별 받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도 및 기반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있어야 한다. 즉 장애를 누구나 일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포용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나아가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전 사회에 공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의 경사로나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위해 도입된 저상버스 등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탄 어린이나 임산부, 노인 등에게도 유용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야 장애인을 위한 각종 지원이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고,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해 정부는 2016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과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에서 매년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최근 발표된 제5차 장애인종합계획을 통해 민간부문으로까지 장애인식교육, 캠페인을 확대해 나갈 예정임을 발표한 바 있다. 평창 패럴림픽에서 오벤저스가 보여준 ‘더불어 함께하는 마술’을 이제는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보여줘야 할 때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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