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영사관ㆍ문화원 폐쇄
독극물 출처 놓고 공방도
지난 4일 발생한 영국 솔즈베리 이중간첩 독극물 공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 정부가 영국의 조치에 대응해 러시아 내 영국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타스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로리 브리스토 영국대사를 초치하고 러시아 내 영국 외교관 23명 추방 등을 포함한 맞제재 조치를 담은 외교 문서를 전달했다. 지난 14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 내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비례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여기에 더해 러시아 내 영국문화원과 러시아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영국문화원을 러시아 내 첩보 활동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외교부는 이 대응이 “영국 측의 도발적 행동과 근거 없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로리 브리스토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는 “우리는 러시아에 솔즈베리 독극물 사건에 사용된 물건에 관한 입장을 해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라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린 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동맹, 우리의 가치를 공격하는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문화원은 러시아 내 활동을 중단하라는 명령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내놓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반응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영국 솔즈베리에 거주하던 전직 이중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가 러시아산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공격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했으며, 이후 러시아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 입국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불참 등의 제재 조치를 밝혔다. 메이 총리는 “영국 동맹국과 국제기구와 협의해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방과 러시아는 스크리팔을 쓰러트린 독극물의 출처를 놓고 진실게임도 벌이고 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로시야24방송에 출연해 “이 신경작용제는 러시아가 아니라 영국ㆍ체코ㆍ슬로바키아ㆍ스웨덴ㆍ미국이 출처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1990년대 이 물질을 집중적으로 실험한 국가는 러시아가 아니라 이들 국가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마르틴 스트로프츠니키 체코 외무장관은 “공적 공간에서 증명되지 않은 추측성 메시지를 던져놓아 정보를 조작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반격했고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수용할 수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을 거부한다”라며 “러시아는 영국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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