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대화 적은 ‘매케이브 메모’
이미 뮬러 특검에 제출
코미 국장은 회고록 발간 예고
‘러시아 대선개입’ 관련 수사를 놓고 마찰을 빚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대결이 앤드루 매케이브 FBI 부국장의 해고를 계기로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해임된 매케이브 전 부국장은 물론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까지 반격에 나섰다.
미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히고 휴가 중이었던 매케이브 부국장을 퇴임 예정 시점 26시간을 앞두고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매케이브 부국장이 여러 차례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고 감사관에는 정직하지 않았다는 해고 사유를 밝혔다. 다만 감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태여 퇴임하겠다는 인사를 퇴임 직전에 해고한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고한 코미 전 국장을 두둔하기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재조사를 주장한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조사를 지휘하기도 한 인물이어서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매케이브 부국장을 편향된 인물이라고 비난했으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매케이브를 해임하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또 매케이브의 부인 질 매케이브가 2015년 버지니아주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이었던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 측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지원받은 것을 집요하게 언급하며 매케이브가 클린턴과 유착했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매케이브 부국장은 만 50세가 돼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8일 퇴임하기로 하고 이미 휴가까지 들어간 상태였는데, 이를 26시간 남기고 해고됨에 따라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이브의 해고 소식을 기뻐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앤드루 매케이브가 해고됐다. FBI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위대한 날, 민주주의의 위대한 날”이라고 적었다.
이렇게 되자 매케이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트럼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성명으로 대응했다. “코미 전 국장 해고 이후의 상황 속에서 내가 목격한 일들과 내가 한 행동, 내가 한 역할로 인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라며 “법무부 감사는 나를 몰아내고, 평판을 망가뜨리고, 21년간 일해 모은 연금을 뺏기 위해 대통령 지휘 하에 행정부가 유례없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17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매케이브는 자신이 국장 대행을 하던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 4차례를 기록해 뒀다. 또 CNN방송 등에 따르면 소위 ‘매케이브 메모’는 이미 트럼프 정부의 광범위한 수사 개입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손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코미 메모’ 급의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매케이브의 해임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코미 전 국장도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호명하며 “미국인들은 조만간 내 이야기를 듣게 될 거고 누가 명예롭고 명예롭지 않은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코미 전 국장의 회고록은 4월 중에 발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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