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크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우~”. 2015년 5월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세 청년이 팝스타인 저스틴 비버의 히트곡 ‘베이비’를 즉석에서 공연하자 주위에서 박수가 터졌다. 한 아이가 부모에게 받은 돈을 기타 케이스에 넣자 신이 난 청년들이 마련한 팬서비스였다.
“그날 9만 원 벌었다니까요.” 당시 기타를 치며 길거리 공연을 이끌었던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길거리 공연 하루 수익치곤 ‘대박’이었다.
“경기 일산에서 부산까지 기타 앰프(소리 증폭기)들고 다니며 길거리 공연했거든요. 힘든 줄 모르고 정말 즐기면서 노래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내가 추억을 보탠다. 석 달 후 이들 중 두 청년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 지원해 톱5까지 올랐다. 길거리 공연 팀 결성 1년도 안 돼 얻은, 기적 같은 결과였다. 남성 듀오 마틴스미스의 정혁(보컬ㆍ21)과 전태원(기타ㆍ23)이 걸어온 길이다.
마틴스미스가 지난달 앨범 ‘슬레이트’를 냈다. 2016년 노래 ‘알고 싶어’를 단발성으로 발표한 적은 있지만, 앨범 형태로 신작을 내기는 처음이다. 2015년 ‘슈퍼스타K7’가 끝난 뒤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방송의 화제성을 등에 업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앨범을 내는 대신 속을 다지기로 했다. 담금질과 메질로 단단한 음악을 내고자 하는 바람을 팀명(smithㆍ대장장이)에 녹인 만큼, 제대로 된 앨범을 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전태원은 “빨리 앨범 내야 하는 데란 조바심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마틴스미스의 ‘슬레이트’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미쳤나봐’로 시작해 ‘보내기’로 막을 내린다. 앨범에 수록된 6곡이 6편의 단편 영화처럼 이어져 사랑의 시작과 끝을 노래한다. 윤종신이 5집 ‘우’(1996)에서 만남과 시련 그리고 홀로서기를 한 편의 수필처럼 엮은 것과 비슷하다. 이들의 CD 속지엔 스크린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사진이 들어있다. “한 편의 영화를 앨범으로 듣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낸 아이디어”(정혁)였다.
“처음엔 앨범 표지로 봉준호 감독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사진을 쓰려고 했어요. 영화란 화두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초상권 등을 고민하다 포기했지만요, 하하하.”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흑백 필름 영화처럼 따뜻하다. 전태원이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물씬 담아 만든 노래들과 정혁의 감미로운 리듬앤드블루스(R&B) 보컬의 궁합이 절묘하다. ‘슈퍼스타K7’에서 록밴드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 등을 세련되게 편곡해 맛을 살린 둘의 재기가 고스란히 실렸다.
타이틀곡 ‘미쳤나봐’는 특히 인상적이다.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의 음악이 떠오를 정도로 개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 ‘유튜브 기타 신동’ 정성하가 기타 연주를 보태 맛을 살렸다.
“(정)성하가 ‘슈퍼스타K7’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친구 요청을 해왔어요. 처음엔 ‘이거 사칭이네’ 하고 의심했는데, 진짜 성하라 많이 놀랐죠. 이후 친분을 쌓아 이번에 합작을 해봤어요. 성하에게 전자기타 연주를 부탁했고, 그 친구 집으로 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만든 곡이죠.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전태원)
마틴스미스는 ‘슬레이트’를 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힙합부터 보사노바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마틴스티스만의 감칠맛을 내는 게”(정혁) 바람이다.
올 상반기엔 공연 일정도 꽉 차있다. 오는 30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라이브클럽데이 공연을 시작으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8’(5월 12일~13일)과 ‘레인보우 페스티벌’(6월) 등의 음악 축제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어쿠스틱 기타 명품 브랜드 마틴처럼 최고의 소리를 내는 대장장이를 꿈꾸는 두 청년의 욕망은 컸다.
“(미국 유명 음악시상식인) 그래미어워즈에 초대돼 한국말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게 꿈이에요. 미국 진출을 위해 영어도 공부하고 있어요, 하하하.”(정혁). 인터뷰를 끝낸 두 청년은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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