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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버스킹 9만원”서 시작한 마틴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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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버스킹 9만원”서 시작한 마틴스미스

입력
2018.03.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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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듀오 마틴스미스는 길거리 공연을 한 뒤 호흡이 맞아 팀을 꾸렸다. 정혁(왼쪽ㆍ보컬)은 같은 대학에서 만난 전태원(기타)의 작곡 능력에, 전태원은 정혁의 목소리에 반했다.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성 듀오 마틴스미스는 길거리 공연을 한 뒤 호흡이 맞아 팀을 꾸렸다. 정혁(왼쪽ㆍ보컬)은 같은 대학에서 만난 전태원(기타)의 작곡 능력에, 전태원은 정혁의 목소리에 반했다.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이크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우~”. 2015년 5월 14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세 청년이 팝스타인 저스틴 비버의 히트곡 ‘베이비’를 즉석에서 공연하자 주위에서 박수가 터졌다. 한 아이가 부모에게 받은 돈을 기타 케이스에 넣자 신이 난 청년들이 마련한 팬서비스였다.

“그날 9만 원 벌었다니까요.” 당시 기타를 치며 길거리 공연을 이끌었던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길거리 공연 하루 수익치곤 ‘대박’이었다.

“경기 일산에서 부산까지 기타 앰프(소리 증폭기)들고 다니며 길거리 공연했거든요. 힘든 줄 모르고 정말 즐기면서 노래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내가 추억을 보탠다. 석 달 후 이들 중 두 청년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 지원해 톱5까지 올랐다. 길거리 공연 팀 결성 1년도 안 돼 얻은, 기적 같은 결과였다. 남성 듀오 마틴스미스의 정혁(보컬ㆍ21)과 전태원(기타ㆍ23)이 걸어온 길이다.

마틴스미스가 지난달 앨범 ‘슬레이트’를 냈다. 2016년 노래 ‘알고 싶어’를 단발성으로 발표한 적은 있지만, 앨범 형태로 신작을 내기는 처음이다. 2015년 ‘슈퍼스타K7’가 끝난 뒤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방송의 화제성을 등에 업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앨범을 내는 대신 속을 다지기로 했다. 담금질과 메질로 단단한 음악을 내고자 하는 바람을 팀명(smithㆍ대장장이)에 녹인 만큼, 제대로 된 앨범을 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전태원은 “빨리 앨범 내야 하는 데란 조바심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마틴스미스의 ‘슬레이트’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미쳤나봐’로 시작해 ‘보내기’로 막을 내린다. 앨범에 수록된 6곡이 6편의 단편 영화처럼 이어져 사랑의 시작과 끝을 노래한다. 윤종신이 5집 ‘우’(1996)에서 만남과 시련 그리고 홀로서기를 한 편의 수필처럼 엮은 것과 비슷하다. 이들의 CD 속지엔 스크린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사진이 들어있다. “한 편의 영화를 앨범으로 듣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낸 아이디어”(정혁)였다.

“처음엔 앨범 표지로 봉준호 감독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사진을 쓰려고 했어요. 영화란 화두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초상권 등을 고민하다 포기했지만요, 하하하.”

2015년 Mnet ‘슈퍼스타K7’ 가 끝난 뒤 2년 여 만에 앨범을 낸 마틴스미스.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년 Mnet ‘슈퍼스타K7’ 가 끝난 뒤 2년 여 만에 앨범을 낸 마틴스미스.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흑백 필름 영화처럼 따뜻하다. 전태원이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물씬 담아 만든 노래들과 정혁의 감미로운 리듬앤드블루스(R&B) 보컬의 궁합이 절묘하다. ‘슈퍼스타K7’에서 록밴드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 등을 세련되게 편곡해 맛을 살린 둘의 재기가 고스란히 실렸다.

타이틀곡 ‘미쳤나봐’는 특히 인상적이다.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의 음악이 떠오를 정도로 개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 ‘유튜브 기타 신동’ 정성하가 기타 연주를 보태 맛을 살렸다.

“(정)성하가 ‘슈퍼스타K7’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친구 요청을 해왔어요. 처음엔 ‘이거 사칭이네’ 하고 의심했는데, 진짜 성하라 많이 놀랐죠. 이후 친분을 쌓아 이번에 합작을 해봤어요. 성하에게 전자기타 연주를 부탁했고, 그 친구 집으로 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만든 곡이죠.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전태원)

마틴스미스는 ‘슬레이트’를 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힙합부터 보사노바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마틴스티스만의 감칠맛을 내는 게”(정혁) 바람이다.

올 상반기엔 공연 일정도 꽉 차있다. 오는 30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라이브클럽데이 공연을 시작으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8’(5월 12일~13일)과 ‘레인보우 페스티벌’(6월) 등의 음악 축제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어쿠스틱 기타 명품 브랜드 마틴처럼 최고의 소리를 내는 대장장이를 꿈꾸는 두 청년의 욕망은 컸다.

“(미국 유명 음악시상식인) 그래미어워즈에 초대돼 한국말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게 꿈이에요. 미국 진출을 위해 영어도 공부하고 있어요, 하하하.”(정혁). 인터뷰를 끝낸 두 청년은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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