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3가 꽤나 불편한 상대를 만났다. 그것도 한 번에 둘이나.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추이를 살펴보면 SUV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UV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는 표현 정도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각종 지표를 보더라도 ‘이제는 SUV가 주류’라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제조사들에게 더 좋은 SUV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를 전하게 되었고 각 브랜드들은 으레 ‘브랜드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혹은 ‘브랜드 성장의 선봉장’으로 매력적이고 뛰어난 상품성을 가진 SUV를 선보이고 있다. 이 흐름은 어느새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시장에도 번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SUV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내에서 ‘큰 탈 없이’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의 한 축이 되며 또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BMW X3 앞에 볼보 XC60과 캐딜락 XT5라는 상당히 껄끄럽고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비교 차량>
BMW X3 xDrive30d(8,360만원) / 볼보 XC60 T6 AWD 인스크립션(7,540만원) / 캐딜락 XT5 플래티넘(7,480만원)
어쨌든 시장의 강자, BMW X3
최근 BMW를 가리켜 ‘폼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물론 BMW 자체는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수입 브랜드 중 하나지만 그 이면에는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디 셀링 모델인 3 시리즈나 5 시리즈가 선전하고는 있지만 그 이면에 쌓여 있는 할인에 대한 이슈는 ‘모두가 아는 거짓말’처럼 여겨지고 있고 그 외의 라인업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조금씩 밀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BMW X3의 존재도 비슷하다. 초대 모델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수입차 판매 부분에서 족적을 남기기도 한 차량이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량임에는 불구하지만 이번 3세대 모델에서는 ‘권좌에 대한 자신감’ 보다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클래스를 넘겠다며 GLC를 의식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도전자, 볼보 XC60이나 캐딜락 XT5와 비교한다면 분명 시장에서 강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브랜드 성장의 선봉 XC60 그리고 XT5
북유럽과 북미에서 넘어온 두 차량은 사뭇 다른 브랜드의 캐릭터와 입지, 그리고 차량이 가지고 있는 지향점조차도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차량 모두 브랜드 성장의 역군이자 선봉장의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북유럽에서 넘어온 볼보 XC60을 본다면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꾸준한 존재감을 선보인 초대 XC60에 이어 등장한 2세대 모델로서 볼보 최신의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완성도 그리고 풍성한 편의 사양 등을 갖춰 ‘럭셔리 SUV’라는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등장과 함께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었으며 볼보의 기분 좋은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어 태평양을 건너보자 태평양을 건너 국내 시장에 등장한 캐딜락 XT5는 최근 캐딜락 성장의 핵심과 같은 모델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캐딜락 판매의 1/3 가량을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내에서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캐딜락 최신의 디자인과 기술이 응집된 이 차량에는 캐딜락의 전통과 같은 고집과 글로벌 시장을 모두 고려한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
직접적으로 비교를 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로서는 역시 BMW가 우위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볼보에 담겨 있는 북유럽의 감성과 스웨디시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는 분명 고급스럽고 또 동시대의 독일이 구현할 수 있는 가치보다 더욱 진귀한 것일 수 있어도 소비자의 눈은 여전히 BMW에 독일의 존재에게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메리칸 프리미엄은 미묘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캐딜락은 결국 GM 그룹의 속해 있는 브랜드다. 지금 상황에서는 캐딜락에 어떤 가치가 있더라도 ‘눈 밖에 난 존재’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시선은 제대로 된 판단을 이뤄내지 못한다.
감정을 걷어내고 본다면 캐딜락은 캐딜락대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추구한다.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도 뛰어난 매력을 과시하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고급스러운 소재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그 가치를 대대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 속에서 더욱 과감하면서도 역동적인 아이덴티티를 자랑하고 있다.
세련된 매력을 뽐내는 볼보, 엣지 가득한 존재감의 캐딜락 그리고..
디자인은 사실 주관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기자의 눈에는 볼보 XC60의 디자인은 무척이나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다. 특히 전면의 디자인이 선사하는 안정감이나 고급 모델로서의 균형감은 상당히 뛰어난 모습이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면에 적용된 브랜드 고유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경우에는 ‘볼보의 고집’이 크게 느껴지는데 트렁크 패널에 가로로 길게 디자인된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실내 공간은 겉모습보다 더욱 화려하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은 ‘XC60 T6 AWD 인스크립션’ 트림인데 밝은 톤으로 실내를 채울 경우 자칫 차량이 가진 존재감이 상당히 가볍게 느껴질 우려가 있는데 볼보의 디자이너들은 ‘북유럽의 가구 갤러리’와 같은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완성한다. 게다가 바워스 앤 월킨스 사운드 시스템이나 마사지 시트 등은 강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캐딜락은 빈 틈을 노렸다. XT5는 ‘낀 모델’이다.
컴팩트로 분류하기엔 조금은 크고 또 중형으로 보기엔 조금은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가격적인 부분에서 비슷한 또래라 할 수 있는 ‘컴팩트 SUV’ 시장의 존재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강점이 된다. 탄탄하면서도 당당한 특유의 디자인과 넉넉한 체격 그리고 쿠페라이크한 디자인을 우수하게 구현한 모습이다. 실내 공간은 모노톤으로 톤 다운되어 있지만 고급스러운 시트나 넉넉한 공간 그리고 캐딜락 유저 익스피리언스(CUE)를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두 차량이 치고 올라오니 X3가 난처해진다. 사실 최근 BMW는 신형 모델이 구형 모델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분명 발전은 하고 있지만 그 발전이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그만 좀 줄이고 싶을 정도로 커졌고 헤드라이트도 ‘앞트임’을 포기하며 갑자기 쌩둥 맞은 모습이다. 게다가 M 스포트 패키지가 이미 흔해진 바람에 그 존재감도 커 보이지 않는다.
실내 공간은 준수하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감성을 자랑하고 또 완성도가 높다. 기능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하고 또 제스처 컨트롤 같은 세련된 기능도 더해졌다. 다만 이를 통해 두 도전자 사이에서 탁월한 존재감을 과시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며 이외에도 사운드 시스템 부분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도심 속 주행, 앞서는 볼보 따르는 XT5
차량을 충분히 살펴 본 후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가장 먼저 도심 속 주행에 나섰다.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북유럽에서 넘어온 XC60였다. XC60가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행에 대한 부분 보다는 실내 공간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있었다. 최상위 트림에 걸맞은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과 마사지 시트 그리고 완성도 높은 오토 파일럿이 탑재된 결과다.
BMW라고 한다면 도심을 마치 트랙으로 착각하고 질주하려 하겠지만 볼보나 캐딜락은 흐름에 따라 움직이려는데 초점을 맞췄다. 두 SUV는 모두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가솔린 엔진 고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노면에 대한 포용력을 과시하며 도로를 달렸다. 볼보가 때때로 건조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정도로는 캐딜락 쪽의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앞서 밝힌 기능들은 그런 ‘건조함’의 단점을 잘 메꿨다. 캐딜락의 사운드보다 더 매력적인 바워스 앤 월킨스 사운드 시스템과 작동음이 거슬리긴 하지만 존재가 돋보이는 마사지 시트 그리고 운전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오토 파일럿을 통해 ‘도심에서의 보다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쥐고 100% 주행을 하는 상황이라면 차체의 크기감이 덜하고 보다 부드러운 감성이 드러나는 XT5 쪽이 조금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한편 X3는 M 스포츠 패키지가 발목을 잡는다. 도심 속 주행을 하며 차량이 ‘지나치게 긴장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디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파워트레인에 버금가는 부드러움과 반응성을 갖췄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스트레스는 두 차량을 그립게 만든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와인딩 주행, 앞서지만 리드하지 못하는 X3
자리를 옮겨 와인딩 주행에 나선다. 이 부분에서는 역시 운전의 즐거움과 실질적인 밸런스 등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BMW가 앞서는 부분이다. 실제로 가솔린 엔진이라 해도 믿을 만큼 매끄럽고 기민한 디젤 파워트레인이 풍부한 토크와 탄탄한 하체의 셋업을 과시하며 고갯길을 달리며 그 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뒤의 XC60과 XT5의 주행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볼보나 캐딜락 역시 달리기 성능에서 한 가닥 하는 브랜드다.
XC60은 2.0L T6 엔진이 만드는 320마력을 내뿜었고 XT5는 314마력의 V6 자연흡기 엔진을 맹렬히 돌리며 X3의 뒤를 바짝 쫓는다. X3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코너를 파고 들면 BMW 특유의 스릴감을 앞세워 즐거움을 전하지만 원래부터 XC60의 풍부한 하체나 MRC가 없음에도 탁월한 코너링을 구현하는 XT5를 시야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BMW X3가 분명 더 재미있고 근소하게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두 경쟁자와 비교할 때 이 정도의 차이를 만들려고 평소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대가로 보인다. 게다가 XT5나 XC60의 경우에는 다른 탑승자와 함께 할 때는 그 가치가 더욱 배가되는 존재들이나 XC60은 앞서 말한 마사지 시트와 사운드가 다시 한번 탑승자들을 반기며 XT5의 경우에는 풍요로우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이 빛을 발한다.
고속 주행, 단연 돋보이는 XT5
고속 구간에 나서자 XT5가 두 차량과의 매력 차이를 크게 벌린다. 그 차이는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머리 속으로 ‘조금 높은 CT6를 타는 기분’이라 생각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넉넉하다.
CT6의 340마력에서 디튠 되어지만 여전히 풍부한 출력의 V6 엔진은 RPM이 상승할수록 풍성한 출력을 자랑하고 하체는 노면을 제대로 움켜쥐며 불필요한 진동이나 충격을 능숙히 걸러낸다. 속도가 높아지더라도 운전자는 물론이고 탑승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크지 않으며 정숙성 부분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이며 경쟁 모델들의 숨통을 움켜쥔다.
뒤를 따르는 건 XC60 T6, 320마력의 터보 엔진은 능숙한 출력 전개로 XT5와 합을 맞춘다. 가속력 부분에서는 XC60가 우위를 점하고 XT5가 제일 느리지만 고속 영역에서는 역시 풍부한 배기량이 주는 여유가 있다. 게다가 XC60의 경우에는 빠르다고는 하지만 고속 영역에서 그 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도 상당히 잦았다.
하지만 승차감이나 안정감 부분에서는 매력적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XC60은 간혹 건조한 느낌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을 겸비하고 있는 하체를 탑재해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이 좋은 편이다. 게다가 고성능 타이어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 차량이라 운전자는 물론이고 탑승자 대다수가 ‘럭셔리 SUV’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X3의 스티어링 휠을 잡게 되면 머리 속으로 ‘불안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사실 출력이나 변속기 그리고 AWD 시스템의 구성은 앞선 차량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결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나치게 긴장된 하체는 고속 주행에서 노면에 대한 안정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없다니 다시 한 번 8천만원이 넘는 가격이 납득하기 어려워졌다.
체면은 지킨 디젤, 준수한 XT5
주행을 모두 끝마친 후 차량을 세웠다. 세 차량의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지만 각 차량의 수치를 살펴보았다.
세 차량 모두 260km 정도의 거리를 달렸는데 수치 상으로는 아무래도 디젤 엔진을 탑재한 X3가 리터 당 12km에 살짝 못 미치는 결과를 냈고 그 뒤를 리터 당 10km가 조금 안되는 수치로 XT5가 이었다. 의외로 2.0L 터보 엔진을 탑재한 XC60은 9km에 머무르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공인 연비가 8.7km/L인 XT5가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비교하며 빛난 XT5와 XC60
이번 비교 시승에서 세 차량은 각자의 매력을 고르게 보여줬고 또 단점 역시 ‘비교’라는 환경 속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7천만원대 중반이라는 비슷한 가격에서 기능이라는 매력을 과시한 XC60과 평균 이상의 역동성과 안락한 여유의 기본기를 과시한 XT5는 8천만원을 넘기는 가격표를 단 X3를 거세게 압박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물론 사람들은 X3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앞서 말한 것처럼 ‘집단 지성의 선택’인지 ‘타인의 시선에 의한 밴드왜건’의 결과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XC60와 XT5를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의 차량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도 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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