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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미국에 인권 시비 거는 북한… 정상회담 전 김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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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미국에 인권 시비 거는 북한… 정상회담 전 김 빼기?

입력
2018.03.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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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제국주의자들의 지배권확장책동에 각성을 높여야 한다' 제하 논평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은 '인권소동'을 일으켜 지배주의 전략 실현의 구실로 써먹고 있다"며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을 비판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제국주의자들의 지배권확장책동에 각성을 높여야 한다' 제하 논평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은 '인권소동'을 일으켜 지배주의 전략 실현의 구실로 써먹고 있다"며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을 비판했다. 노동신문 캡처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거론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인권’이 등장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 언급으로 김을 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 공포 정치가 필수적인 만큼 ‘인권만큼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말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제국주의자들의 지배권 확장 책동에 각성을 높여야 한다’라는 제목의 정세 해설 기사에서 “국제 무대에서 지배권 확장을 노린 (미국을 필두로 한)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이 날로 우심해지고 있다”며 “평화와 안전보장이라는 기만적인 구호를 들고 공공연히 다른 나라들에 대한 침략책동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황당한 인권 소동을 일으켜 지배주의 전략실현의 구실로 써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인권 보도는 유난히 집요하다. 신문은 전날에도 ‘철면피성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대외적 영상을 훼손시켜 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우리의 인권 문제를 계속 확대시키며 악의에 차서 헐뜯고 있다”며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 인권 말살국은 다름아닌 미국”이라고 강변했다. 13일 ‘제국주의자들의 인권 소동을 짓부숴버려야 한다’ 제하 논설에서는 “신성한 인권이 일부 세력들의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되고 있다”며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자들이 그 장본인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할 리 없는 인권 문제를 스스로 언급하는 까닭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했을 때의 파급력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국이 북한 협상력을 약화하는 카드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에서, 차라리 선제적으로 언급해 김을 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권 공세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인권 이슈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담 조율에 앞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민감한 이슈를 던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 인권 문제를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정권 세습 등 체제 유지를 위해 공포 정치가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북한이 미국에게 “체제 유지에 민감하고, 치명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말자”는 경고이자 협조해달라는 요청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정치적 처벌과 처형을 일삼는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인권 문제를 논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연쇄 정상회담으로 인한 내부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작업일 수도 있다. 북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교육해 주민 단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노동신문 논평은 “우리의 사회주의는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이고, 인간의 모든 권리를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국책으로 되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내부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선전전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5일 일본 대북 언론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북한 당국이 일부 간부 및 주민을 대상으로 “남북 대화의 시작은 김정은 장군의 승리”라는 내용의 강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것인 만큼 과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체제 존엄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정부 공식 입장 발표가 아니고 매체를 통해 짚고 넘어가는 수준인 만큼 (의미 부여를) 과하게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매체가 미국의 인권 문제 거론을 계속해서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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