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경 제주 4ㆍ3희생자유족회장
유족 43명으로 합창단 구성
“12년 만에 대통령이 기념식 참석
현안 해결 논의할 수 있길 기대”
“아∽반역의 세월이여/아∽통곡의 세월이여/아∽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가수 안치환의 곡으로,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돼 유명해진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 4ㆍ3사건을 주제로 한 이 노래는 제주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자주 불렸지만 정작 정부가 2014년 4ㆍ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후부터는 들을 수 없게 됐다.
다행히 올해 4월 3일 제70주년 4ㆍ3희생자추념식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다시 불려질 예정이다.
잠들지 않는 남도를 4ㆍ3공식 추모곡으로 부활시키는 데 기여한 양윤경 제주4ㆍ3희생자유족회장은 16일 “4ㆍ3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유족들이 진심으로 반겼지만, 정부가 주관하는 추념식에 다녀오면 위안은커녕 기분이 찝찝했다”며 “유족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형식적으로 추념식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정부와 제주도는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 답변하지 못한 채 그냥 안 된다고 했을 뿐”이라며 “4ㆍ3유족들이 원하는 노래다. 유족들의 한을 달래주기 위한 4·3희생자추념식에서 유족들이 원하는 노래조차 못 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올해 추념식은 그동안 추념식과는 달리 유족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잠들지 않는 남도’도 유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 후 국가 행사로 처음 열린 제66주년 4ㆍ3희생자추념식 때는 합창곡으로 ‘아름다운 나라’가 불려 선곡 논란에 휩싸였다. 곡 자체 보다는 국가공권력에 희생된 4ㆍ3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불리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이후에도 가곡 ‘비목’과 ‘그리운 마음’이 합창곡으로 선정돼 추념식의 취지와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양 회장은 “4ㆍ3유족회가 ‘잠들지 않는 남도’를 4ㆍ3추념식에서 부를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이 노래를 만든 가수 안치환씨를 만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음원사용 협약을 맺었다”며 “안씨도 유족회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유족회는 또 4ㆍ3희생자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를 ‘제주 4ㆍ3평화합창단’을 지난해 12월 창단했다. 합창단은 43명의 유족들로 구성됐다.
양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ㆍ3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12년만에 대통령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유족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다”며 “12년 만의 대통령 참석과 4ㆍ3 70주년을 맞아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4ㆍ3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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