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1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황연대 성취상’ 수상자로 아담 홀(31ㆍ뉴질랜드)과 시니 피(29ㆍ핀란드)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대회 최우수선수상격인 ‘황연대 성취상’은 장애인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선 황연대(80) 여사가 국내 언론으로부터 받은 ‘오늘의 여성상’을 IPC에 기탁하면서 시작됐다.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 때 처음 제정된 이 상이 평창에서 30년째를 맞아 의미를 더한다. 2006년 토리노 동계패럴림픽까지 ‘황연대 극복상’으로 불리다가 2008년 베이징 하계패럴림픽부터 ‘황연대 성취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여자 시각장애 선수였던 김미정(41)이 1998년 나가노 동계패럴림픽 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대회 수상자인 아담 홀과 시니 피는 18일 폐회식 때 75g의 순금으로 제작한 메달을 받는다.
남자 수상자인 아담 홀은 알파인 스키 선수로 척추 장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한다. 6세 때부터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통해 스키를 처음 접했고,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출전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금메달을 땄다. 그는 밴쿠버 대회 직후 어머니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었지만 스키에 전념하며 시련을 극복했다. 홀은 뉴질랜드에서 장애인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등 장애인 체육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평창에서는 슈퍼복합 남자 입식 스키 부문에 참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부문 수상자인 시니 피는 스키 선수로 활동하던 17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2014년 소치 대회에 핀란드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했고, 이번 평창 대회에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에 출전했다.
황연대 성취상 선정위원회 관계자는 “9개국 13명이 후보로 올랐다. 한국의 남자 선수 신의현(38)과 여자 선수 양재림(29)도 포함돼 있었지만 패럴림픽 운동에 많은 기여를 한 아담 홀과 시니 피를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황연대 여사가 3년째 치매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황연대 성취상위원회 사무총장인 전용관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황 여사가 3년째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이번 폐회식에도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여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고통을 겪기 마련이고 나 역시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고생했고, 지금은 치매와 싸우고 있다”며 “고통을 당할 때마다 그걸 극복해낼 수 있는 의지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황 여사는 18일 폐막식 때 아담 홀과 시니 피에게 직접 시상할 예정이다. 이날 평생을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해 온 황 여사에게 역대 수상자 5명이 감사패와 메달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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