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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트럼프의 시진핑 패싱과 김정은 껴안기

입력
2018.03.16 13:4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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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이 제안에 담긴 김정은의 특별메시지가 트럼프에게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에는 아마도 중국과의 ‘빅딜’을 무산시키는 미국과의 직접적 거래를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역할을 강조한 빅딜은 북한 비핵화의 해법으로 작년 8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 의해 제기됐다. 이 해법의 논리는 1970년대 초 미중관계 개선 때 베트남과 대만에서의 미군 철수 용단이 미중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북한 붕괴 때 중국의 개입 용인과 주한미군 철수를 북한 비핵화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50년 전 미중관계에서 통할 법한 해법임은 사실이다. 당시 미국의 대중관계 개선의 명제가 베트남 전쟁에서의 ‘명예로운 철수’와 소련 견제를 위한 ‘중국 카드’였다. 중국은 베트남과 대만에서의 미군 철수와 소련 억제용의 ‘미국 카드’였다. 베트남 전쟁에서 허덕이던 미국이 더 다급했고 아쉬운 입장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대중 협상에서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함정에 자연스럽게 빠졌다.

그러나 21세기의 키신저의 빅딜설은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했다. 21세기의 미북관계의 명제는 북한 체제의 보장과 비핵화다. 입장도 달라졌다. 강도 높은 제재 압박으로 북한이 더 아쉬운 입장이다. 대신 미국은 최대 압박과 (군사) 관여 전략으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에 자신감을 더해 가고 있다.

트럼프가 미북회담을 수락한 결정적 원인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신을 현실화할 수 있는 호기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그의 연두교서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는 ‘과거 (행정부)의 과오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축약된다. 과거 과오의 재발 방지는 특히 북핵 문제, 중국 억제력 강화와 불균형한 미국의 무역수지구조의 재균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 우선주의 사상은 더 이상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의지가 핵심이다. 중국 억제력에서는 70년대부터 미국이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협상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결의다. 더 이상 중국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불균형한 무역수지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자유무역주의 정신의 훼손을 감수할 정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제시하는 ‘쌍중단(한미군사훈련과 북한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ㆍ미 평화협정 체제 협상 동시 추진)’ 카드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 왜냐면 미국이 김정은 체제 보장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미북회담의 성사는 베트남 전쟁 종결을 위한 파리평화협정의 전제조건(베트남의 분단 인정과 미군 철수)과 미중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대만 동맹 포기와 주대만 미군 철수) 등의 논리를 무력화시킬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미북회담으로 일거양득을 볼 수 있다. 시진핑 패싱과 북중의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미북회담의 진전은 미국의 대북 외교에서 중국의 레버리지 감축을 의미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존재감 축소로 귀결된다. 왜냐면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자의적 이탈이나 상황 변화에 따른 중국의 자연스러운 북한 유실, 또는 중국의 의도치 않은 북한 상실 등의 결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북회담의 성공은 동북아의 국제관계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실효성 때문이다. 중국은 시진핑 패싱으로 한반도에서 상실한 전략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우리 외교가 미북 중재에서 미중 중재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기의 도래를 의미한다.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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