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프로야구 넥센의 거포 박병호(32)가 KBO리그로 돌아오자 마자 '폭격'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6회 무사 3루에서 한화 안영명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전날(13일)에는 한화 김민우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던 그의 2경기 연속 대포다.
3년 만의 국내 복귀지만 '적응할 시간' 따윈 필요치 않았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대포를 터뜨리며 2경기서 5타수 2안타(타율 0.400), 홈런 3타점을 기록해 남다른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고, 몸 상태가 다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놀라운 활약이다.
기다렸던 박병호의 모습 그대로다.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4시즌 연속(2012~2015) 홈런 1위를 차지했다. 2014, 2015시즌에는 각각 52, 53개의 홈런을 뽑아내면서 KBO리그 최초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기도 했다. 국내 유턴을 선언하자 마자 2018시즌 홈런왕 1순위로 손꼽힌 이유기도 하다.
최근 2년간 미국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 버릴 수 있는 상쾌한 출발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던 그에겐 좀처럼 운이 따르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16시즌 초반 홈런을 몰아쳤지만 이내 몸쪽 빠른 공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슬럼프가 길어졌다. 손바닥 부상까지 겹치면서 7월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듬해는 박병호 영입을 주도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이 물러나면서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2월 마이너리그로 이관돼 빅리그를 밟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국내 복귀를 선택한 박병호는 시범경기 출발부터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박병호가 중심타자로 대포를 펑펑 쏘아 올리면서 넥센 타선도 한층 힘이 붙었다는 평가다. 넥센은 시범 2경기에서 6개의 대포를 터뜨려 팀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온 홈런왕의 활약을 마냥 반기기엔 씁쓸함도 남는다. 박병호가 리그 최고의 타자임을 증명하는 한편, 메이저리그와의 수준 차를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뛰었던 박병호의 활약은 빅리그, 마이너리그와 KBO리그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111경기 타율 0.253, 14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국내서 '최고의 타자'로 불렸던 박병호가 낸 결과로 보기엔 타율도, 홈런 개수도 아쉬웠다. 그러나 KBO리그로 돌아오자 마자 장타를 생산해 내고 있다. 박병호가 좋은 타자이긴 하지만, KBO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한참 못 미친다는 의미도 된다. 박병호가 국내 복귀를 선언할 당시 한 해설위원은 "마이너리그라고 해도 국내 투수들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박병호가 국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박병호의 활약으로 아직은 마이너리그에도 못 미치는 KBO리그의 현실도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이겨도, 져도 득' 정현, 페더러와 리턴 매치의 의미
가상화폐 제2의 전성기 오나…카카오·네이버 “다시 가즈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