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구입할 때,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호했다. 동일한 성능이라면 가격이 선택의 기준이 된 셈이다. 2018년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가심비'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가성비를 뛰어넘는 가심비를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비용 대비 가치'를 중심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2012년부터 새 차를 구입한지 3년 이내인 소비자에게 실제 지불한 차량 가격, 옵션 가격, 연비, 유지비용, A/S비용, 예상 중고차 가격 등 6개 측면과 이를 종합할 때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한 후 ‘비용 대비 가치 만족도’(1,000점 만점)를 산출했다.
그 결과,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의 ‘비용 대비 가치’ 평가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의 압도적 우세는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크게 줄어 들었으나, 2017년부터 다시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수입차의 평균 가격이 국산차의 2배를 보이고, 유지비용과 AS비용에 대한 우려가 아직 큰 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입차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며, 가성비를 뛰어넘는 가심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답변의 내용은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성능이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같은 비용을 지불할 경우 국산차를 뛰어넘는 큰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45점 이상의 큰 차이가 있었으나, 2016년 디젤게이트의 영향으로 12점까지 줄었다가 다시 벌어지는 추세다. 2017년에는 수입차의 비용 대비 가치가 614점으로 국산차 593점보다 21점 높았다.
흥미있는 점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인해 보유한 수입차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으나, 국산차의 가치는 590점대에서 오르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소비자의 인식이 나뻐졌지만, 글로벌 시장반응은 정반대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국산차와 수입차의 디젤 절대판매 수치가 크게 줄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다.현 상황이 디젤 중심의 판매브랜드인 폭스바겐/아우디의 판매가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디젤 판매량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수입차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산차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해당 결과는 차량 가격, 유지비용, 연비, 옵션가격, AS, 중고차 가격 등 6개 세부항목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출시한 국산차의 연비가 수입차와 비교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연비에 대한 만족도가 2배 이상 나타난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연비 만족률(10점 척도에서 8점 이상을 준 비율)은 수입차 51%로 국산차(26%)의 2배에 달했다.
6개 항목 중 더 높은 비용이 드는 유지비용과 차량 가격, 옵션 가격에서도 7%P~10%P의 큰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가심비의 영향을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차량 가격에 대한 만족도다. 본 조사에서 나타난 수입차의 평균 가격은 6천133만원으로 국산차 평균(3천 79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 가격에 대한 만족률은 수입차 30%, 국산차 20%로 수입차가 더 높게 나타났다.
수입차 구입자는 국산차보다 2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가격에 대해 더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자신이 구입한 수입차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유지비용과 A/S비용은 수입차에 대한 가장 큰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유지비용에 대한 만족률 역시 수입차 31%, 국산차 24%로 수입이 높았고, 수입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알려진 AS비용 만족률도 19%로 수입-국산 간에 차이가 없었다.
새 차 구입 3년 이내인 소비자에게 국산차는 비용 대비 가치 6개 측면 중 어디에서도 수입차를 앞서지 못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가심비' 차이로 보기에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너무 확고해 보인다.
좋은 성능에 어울리는 가격과 가격 이상의 가치로 돌아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영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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