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쪽 자문사가 시청도 자문
시, 자문 계약도 없이 17억 지급
사업차 측 자문비보다 2배 많아
자문사 대표에 시장 표창까지 줘
“사업자에 이끌린 부실 협상” 비판
광주시가 ‘혈세 먹는 하마’로 지목됐던 제2순환도로 1구간에 적용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의 사업시행조건 변경(사업재구조화)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민자사업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의 투자자문사로부터 협상과 관련한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야 할 시가 이해관계가 갈리는 협상 상대 쪽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셈이어서 ‘부실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시가 이 투자자문사에게 17억원에 달하는 재구조화 관련 수수료를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자문사 대표에게 재구조화 유공자로 광주시장 표창까지 수여한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15일 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5년 10월부터 제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소태ICㆍ5.67㎞)에 적용된 MRG 방식을 투자비보전방식으로 바꾸는 사업재구조화를 위해 광주순환도로투자의 100% 투자자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 측과 협상에 들어갔다. 계약 당시 예상 통행량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적을 때 광주시가 약정한 최소수익을 보장해 주는 MRG로 인해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재정지원금이 발생하자, 시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맥쿼리인프라 측에 사업 변경협약을 요구한 것이었다. 2001년 1월 1구간 개통 이래 예상통행량이 밑돌면서 시가 맥쿼리 측에 지원해준 금액은 2011년까지 1,190억원에 달했다. 시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지원금(851억원)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맥쿼리인프라 측은 시의 협상 요구를 수용하면서 2015년 11월부터 투자자문사인 A사에게서 재구조화와 관련한 자문을 받아가며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고 시와 관련 협상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는 2016년 1월 사업자 측이 MRG 폐지를 위한 사업시행조건 조정계획서를 제출하자 A사에게 재구조화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실제 A사 대표 B씨는 시가 개최한 재정경감대책단 회의 등에 배석자로 참석하며 협상안 등에 대해 자문을 했다. B씨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협상 쌍방의 자문을 동시에 맡은 것이다. 더구나 B씨가 맥쿼리한국인프라 금융부문 대표를 역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광주시가 맥쿼리인프라 측에 협상 전략 등이 읽히면서 질질 끌려 다니며 협상을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사업재구조화에 따라 소유권을 갖게 되는 사업자 측의 유보현금(운영자금) 24억6,000여만원 중 17억원을 자문계약도 맺지 않고 A사에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을 두고도 부당 지급 시비가 일고 있다. 시는 2016년 12월 16일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재구조화 변경실시협약을 하면서 사업자가 협상당사자들을 위해 유보현금 중 17억원을 회계 및 금융 사업타당성검토(자문) 용역 등의 사업시행조건 조정을 위한 수수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유보현금 사용 잔액에 대해선 협약 종료나 중도해지 때까지 처리를 미룬 뒤 협약 종료나 중도해지 때까지 시가 사업자에 지급하지 않은 자금제공금액에 우선 충당하고, 충당 후 남은 금액을 시에 지급하기로 했다. 시는 이 협약 조항을 근거로 협약 체결 하루 전날 “17억원이 시의 자문역할을 한 A사 등에게 집행되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업자 측에 보냈다. 이와 관련, 사업자 측은 이 협약 조항과는 무관하게 A사와 별도의 사업재구조화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A사가 수수료로 받은 17억원은 사실상 광주시를 위한 자문비용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시가 A사에 17억원을 지급하면서 정식 자문계약도 맺지 않은 데다, 자문 비용도 사업자 측이 A사에 지급한 금액(8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시는 지난해 5월 사업자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재구조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B씨에게 광주시장 표창까지 줬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할 광주시가 협상 상대편 자문사 대표를 칭찬한 것인데, 이게 적절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사람이 협상의 양쪽 당사자들을 모두 자문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며 “A사와 자문계약도 맺지 않고 협약서 조항에 기초해 돈이 집행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어 당시 협상 상황 등을 좀 더 파악해보겠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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